매입가 3억→8억 상향 검토
최근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까지 빌라 확보전에 가세했다. 주택 공급 물량 확보 차원이다. 빌라 건물주 입장으로선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세난 해소를 위해 다세대주택 등을 공기업이 매입, 공공전세주택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선 내년까지 5000가구를 사들인다. 아직 지어지지 않았거나 건설 중인 주택도 건축주와 약정을 맺어 2만 가구를 입도선매하기로 했다.
매입 가격도 상향한다. 그간 공기업이 사들이는 매입임대주택은 3억 원이 최대였는데 앞으론 6억 원까지 높아진다. 국토교통부 등에선 이를 7억~8억 원까지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가 문제는 그간 민간 건물주가 공기업에 주택 매각을 꺼리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지난해 SH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매입임대주택 사업 관계자 80%가 "매입 단가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전세주택 확보에 목을 맨 상황에서 앞으론 건물주가 갑(甲), 공기업이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빌라 건물주 가운데선 호기를 만나 세입자가 있는 집까지 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선 집주인이 공기업으로 바뀔 때 계약 승계 여부를 묻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LH 관계자는 "종전 집주인과 계약한 기간까지 거주 기간을 보장하고 계약 만료 시점에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갖추면 LH 임차인으로 전환 여부를 심사한다"고 밝혔다.
그러잖아도 전세난으로 난민 생활에 내몰린 세입자와 달리 빌라 주인들은 임대 수익률이 좋아지던 상황이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주택 중위 전셋값은 1월 1억8689만 원에서 12월 2억47만 원으로 7.2% 상승했다. 서울 연립주택 중위 전셋값이 2억 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셋값이 올라가면 적은 돈으로 전세를 끼고 빌라에 투자하려는 갭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좋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0평(33㎡) 이하 빌라는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아니고선 실거주하기 힘들다"며 "소형 빌라는 대부분 외부 투자자 소유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전세난으로 빌라 건물주가 갭 투자자와 공기업 양쪽에서 구애를 받는 상황이 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빌라 건설이 늘어나겠지만 올라간 가격이 빌라시장에서 기준 가격 노릇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