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공급 대책은 '분양아파트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자가 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많고, 공공임대주택 만으로는 시장을 안정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공급 규모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된다.
분양아파트 공급 주문엔 '의미'…규모에는 '의문'
변 장관은 지난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한 영상회의에서 "신규 공급 주택은 국민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공자가주택(토지임대부주택·환매조건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혼합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새 아파트를 공급해온 것을 감안하면 차별화된 방향이다. 정부는 지난해 8·4 주택 공급 대책 발표 당시 서울 용산구 캠프킴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경기도 과천청사 부지 등 알짜 부지 공급 방안을 대거 내놓고도 임대주택 위주의 정책이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고, 임대보다 자가 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변 장관이 분양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가입국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평균 8%이지만 우리나라는 7.2%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 지난해 8·4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부 전 장관은 "2022년에 OECD 평균을 넘어서는 9%, 2025년이 되면 10%가 될 것"이라며 "전체 임차가구의 25%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공급 방향은 상징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온 게 아닌데다 정부의 기본 방침이나 방향이 있는 만큼 실제로 수요자들이 만족할만한 공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민간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규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관리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도시·건축 관련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변 장관은 이에 대해 "주택 건설업계의 건의사항을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변 장관이 추진하는 고밀도 개발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이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정비사업이 활성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민간 정비사업의 대안을 제시한 이상 재개발과 재건축을 살릴 가능성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김진애 등 변창흠식 개발 방향 우려도
정부는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대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지를 고밀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변 장관은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서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용적률을 400~500%에서 700%로 높이고, 입지규제 최소구역 주거 비율을 완화해 공공재건축에 대해 종상향을 해주는 등의 기존 과제를 차질 없이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변창흠식 개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심 고밀도 개발을 한다면 민간에 맡기지 말고 공공이 맡아서 공급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고밀도 개발 조건으로 투기 근절 방안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민간 개발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하며 기본주택(경기도형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지사는 "투기 근절 방안을 선제적으로 갖춰놓지 않으면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물론 인근 주택까지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변 장관의 역세권 개발 활성화 정책에 대해 "법률을 통한 전면적인 용도지역 상향은 서울 전역의 땅값 급등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며 "과거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광풍'을 몰고 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