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 교수가 성공한 예능 PD가 말하는 예능의 10가지 비밀을 풀어낸 신간 '예능의 비밀'을 내놨다.
얼마 전 모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 방영 1주년을 맞았다. 1주년을 맞은 이 프로그램의 제작팀 앞으로 수많은 팬들의 선물과 엽서가 쏟아졌고, 그것이 방송으로 방영되었다. 그중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일이 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내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의 팬레터였다.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을 견뎌낼 수 있는 힘까지 주는 예능의 순기능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우리는 예능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대표적인 리얼 버라이어티인 '무한지대'부터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1박 2일', 전 국민을 ARS 전화로 대동단결시킨 음악 예능 '미스터트롯', 장사 예능이라 불린 '윤식당', 최근에는 이혼한 부부들이 자신들의 이혼사를 돌아보는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예능이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고, 요일을 불문하고 텔레비전만 틀면 예능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웃을 일 없는 요즘 사회 상황이 그 열기를 더하기도 한다.
그럼 예능은 왜 이렇게 인기를 모으는 것일까.
바로 인간이 노는 것을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굳이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들 중에 노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노는 것, 즉 오락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노는 것과 남이 노는 것을 보며 노는 것. 예능 프로그램은 후자의 즐거움을 저격한다. 텔레비전에 탤런트(때론 일반인)들이 나와 저희들끼리 노는 데도 시청자는 즐겁다. 긴장을 풀고 즐기기만 하면 되니 이 또한 더 즐겁다. 그런데 이렇게 즐기기 쉬운 예능,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웃찾사', '도전 1000곡' 등 18년 동안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만들어 온 저자는 “즐기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게 예능”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이성이 아닌 본능에 호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전문 영역의 대접을 받지 못했던 ‘예능’에 대해 골수 예능 피디인 저자가 책을 썼다. 즐기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려운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이 책은 예능 장르의 비밀을 열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파헤친다. 예능의 장르, 기준, 본질, 포맷, 특성, 진화, 탈장르화, 리얼리티, 요소, 제작이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일반 독자는 우리가 재밌게 보는 예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예능피디가 되고자 하는 예비 방송인은 예능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예능이란 장르의 비밀을 쉽고 재미있게 엿볼 수 있다.
한편, 이동규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 교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전공으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SBS 예능 PD로 18년 동안 근무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영상예술학과 교환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대표적인 SBS 연출 프로그램은 공개 코미디 '웃음을 찾는 사람들', '도전! 1000곡',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