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림 국제경제부 기자
방역 수칙을 어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코비디어트(Covidiot)’나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날짜 개념이 없어지는 ‘블러스데이(Blursday)’ 등 신조어가 특히나 많았지만,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이었다.
둠스크롤링은 불행을 뜻하는 ‘둠’과 화면을 아래위로 움직이는 ‘스크롤링’을 합친 신조어로, 암울한 뉴스만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를 뜻한다. 기사 제목이 위기나 우려, 충격으로 꾸며진 한 해 동안 사람들은 불행한 뉴스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중독되고 말았다.
이 단어가 뇌리에 박힌 이유는 그동안 썼던 불행한 기사들이 머리를 스친 탓이다. 일부러 그런 내용만 골라 쓴 것은 아니었는데도 기사 속에서 묘사된 세계는 대부분 암울했다. 지난해 여름 기후변화에 아시아는 홍수로, 북미와 호주는 재앙에 가까운 산불로 몸살을 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차, 3차 확산을 거듭하다 급기야는 변이 바이러스로 진화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극도의 정치적 혼란을 보이더니 결국 국회의사당이 성난 시위대에 점령당했다.
최근 6개월간 쓴 기사 중 그나마 긍정적인 내용은 세계 억만장자들의 기부 행렬 정도다. 이쯤 되면 둠스크롤링이 아닌, 암울한 기사 쓰기라는 의미의 ‘둠라이팅(Doomwriting)’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올해는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보급 계획이 빼곡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물러나며 불확실성이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연내 코로나19 종식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밝은 기사 몇 가지 쓰며 둠라이팅이 올해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