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벤치마크에 유로 표시 장려 등 유로 역할 강화에 초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에 지친 유럽연합(EU)이 달러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계획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금융시장에서 유로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 초안을 마련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문서 초안에 따르면 E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가 유럽 기반의 금융 인프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면서 “제3국이 EU 금융시장 인프라 등에 자신의 제재를 준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역내 운영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대한 미국과 달러의 지배력을 배경으로 한 트럼프 정부의 4년간 정책에 대한 EU의 깊은 좌절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초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EU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대이란 전략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과 유로청산소 등 유럽에 기반을 둔 금융 인프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유럽 측은 EU와 이란 사이의 합법적인 거래에 대한 결제를 위해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새 문서 초안은 바이든이 취임하기 전날인 19일 EC에 의해 정식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는 유로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금융 벤치마크 지수에 대해 유로로 표시하는 것을 장려한다. 현재 주요 지수 대부분은 달러를 기준으로 한다. EC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거래되는 유로 기반 에너지 선물 지수를 브렌트유나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등 달러 표시 유가 벤치마크의 대안으로 삼으려 한다고 FT는 설명했다. 초안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 기대되는 수소시장에서도 유로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EU는 자신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른 계획으로 새로운 외국인직접투자 심사 시스템을 활용, 외국 기업에 의한 역내 기업 인수·합병(M&A)을 더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