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욱 산업부 기자
집 앞 골목에 카페 두 곳이 있다. 둘은 2년 전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 처음에 커피만 팔던 A 카페는 빵, 크로플에 이어 케이크까지 점차 메뉴를 늘렸다. B 카페는 실내를 'SNS 감성'으로 꾸미는 데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두 카페의 대응도 달랐다. A 카페는 곧바로 배달을 시작했고, B는 커피 가격을 할인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한 지금, 둘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A 카페에는 배달 오토바이와 포장 손님이 꾸준히 오가지만, B는 영업하지 않는 날이 늘었다.
기업도 카페 같은 개인사업자와 다르지 않다. 어떤 기업은 내실을 다지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다. 고객을 연구하고 돈을 들여 제품도 개발한다. 그렇지 않고 현행 유지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둘의 선택은 코로나19처럼 예기치 못한 사태 때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전자처럼 준비된 기업은 변화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지만, 후자는 침체를 못 면한다.
코로나19 시국에 많은 이익을 얻은 기업에 기금을 걷어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단히 좋은 일’이라 평가했다. 이른바 ‘이익공유제’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지만, 등 떠밀리는 모양새가 될 거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정치권과 지지세력이 특정 산업군과 회사 이름을 언급하며 압박하는데 버텨낼 기업은 없다.
이익공유제라는 개념에는 기업이 운 좋게, 어쩌다 보니 수익을 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덕에 돈을 벌었으니 기부하라는 논리다. 하지만, 같은 산업군 내에서도 흑자를 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상존한다. 각자의 준비와 대응이 달라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을 투입해야 할 곳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왜 '관제 기부'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안전망을 위한 투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이고 기업이 노동자, 주주, 협력사도 아닌 제삼자에게 이익을 나눌 의무 또한 없다.
선거 앞두고 표 잃기 좋은 '증세'를 언급할 정치인이 없다는 건 알지만, 노력의 대가를 그저 '운'으로 깎아내리는 사회 분위기는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이 세상에 거저 얻은 수익이란 없다. 어디 돈 벌기가 쉽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