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전략 정치가 아닌 과학에 기반에 둘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취임 첫날에 이어 둘째 날인 22일(현지시간) 1억 회 백신 접종 등 구체적인 코로나19 대응책을 내놓고 관련 10개가 넘는 행정명령과 각서에 서명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해당 명령에는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과 진단검사 및 개인보호 장비 공급을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취임 첫날에는 이민정책과 환경 등에 대한 행정 서명이 포함됐으나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과 각서는 전부 코로나19 대응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2회분 접종이 필요한 백신을 기준으로 5000만 명, 총 1억 회 접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코로나19 대응 계획은 198페이지 분량으로 정리돼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바이든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연설에서 “이날 오후 기준으로 4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2차 세계대전 때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백신 보급은 ‘형편없는 실패’라고 언급하며 1억 회 접종 목표는 가장 큰 국정운영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추적 시스템에 따르면 20일 오전 기준 1652만 명이 접종을 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4000만 회분을 보급하고, 2000만 명에게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곳곳에서 공급문제가 보고 되고 있다.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이 바닥나 접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생산과 관련해 제조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입국하려는 해외 여행객에 대해 출발 전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며, 도착 후에도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공항, 비행기 기차, 버스 등 대중 이용 시설에서 마스크 사용도 의무화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대응 전략은 포괄적이며, 정치가 아닌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이제 (코로나19 대응 관련 내용은) 대통령이 아니라 전문가와 과학자들로부터 내용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이 정치적 간섭에 방해받지 않고 공공보건만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만한 것도 없는 코로나19 백신 배포 계획을 물려받았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도 전날 “거의 1년 동안 미국인들은 코로나에 대응하려는 종합적인 접근은 고사하고 연방정부에 어떤 전략도 기대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 실패의 비극적인 희생을 봐왔다”고 트럼프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행정명령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지만 대부분의 조치에 투입되는 비용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대규모 추가 부양책에서 조달될 계획이다. 즉 부양 패키지가 의회를 통과해야 행정명령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