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아예 당 차원에서 재개발 약속
전철연 "이주 대책 세워놓고 개발 진행할지"
도시 전문가 "계획 절차 활용해서 공급해야“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권에서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각에선 재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뿐만 아니라 우후죽순 내놓는 공급 정책이 도시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날까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검토해보면 양쪽 모두 공급에 중점을 둔 모양새다. 먼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변북로 위에 24만 평의 인공용지 조성을 약속하며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야권 역시 부동산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다수였다. 먼저 나경원 전 의원은 재건축 심의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대한 7층 이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철·전철을 지하화하고 공공기관 이전용지 등을 활용해 5년간 주택을 74만 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출마를 알린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정비구역 393곳을 ‘미니 뉴타운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아예 당 차원에서 용적률과 안전진단 기준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 등 6가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약이 4월 보궐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일회성 정책에 그쳐 오히려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주민에 대한 대책 없이 재개발만 진행하면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을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 조직국장은 전날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공공이든 민간이든 개발지역 철거민들에 대한 문제가 걱정된다”며 “코로나19에 더해 철거의 문제를 갖고 더 많이 나앉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거의 문제는 사실 주거권에 대한 문제가 된다”며 “이주 대책이라든지 어떤 대책을 세워놓고 개발을 진행할지가 관건”이라고 우려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1야당이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성찰적 대안을 갖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잇따른 부동산 공약을 비판하기도 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 대표도 20일 “공급만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공수표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남발되고 있다”며 “살인적인 재개발과 국가폭력이 6명의 삶을 앗아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도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봉문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특별하게 공급목적을 위해 순서와 절차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이면 거기만 밀도가 높아진다”며 “도시가 전체적으로 다 같이 고밀도, 과밀화되는 상황이 앞으로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로지 이익은 공약을 건 사람이나 소유주와 시행사가 얻는 경제적 이익”이라며 “나머지 사람이나 그곳에 앞으로 살 사람은 공급이 초과한 부분을 부담하는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약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서울에는 기본적으로 주택공급을 위한 계획적인 절차가 있다”며 “그런 절차를 잘 활용해서 최대한 공급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시장이 할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도시가 가진 계획이나 시스템을 검토하고 거기서 용량을 늘리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접근이 맞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국장은 "해당자와 비해당자를 가르지 말고 주거세입자가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줘야 한다"며 "상가들도 많이 피해를 보는데 그 상인들이 사업을 접지 않고 상권을 유지하면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이주대책의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