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공급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성장이 여전히 지난해의 침체에서 빠르게 반등하는 과정에 있지만, 느린 백신 접종 속도에 그 회복세가 예상보다 훨씬 약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세계은행(WB)은 이미 이달 초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WB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산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제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2%)보다 낮춰잡은 것이다. WB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백신 보급이 지연될 경우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번 주 자체 세계경제 전망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IMF가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팀 오릭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연구원은 “백신 보급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지난해 침체를 딛고 반등 궤도에 올라섰지만 전 세계를 놓고 봤을 때 백신 보급 속도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당초 예상보다 회복 속도보다 더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 일본과 유럽 국가들이 이동제한에 나서면서 이중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백신 선점을 통해 집단면역에 성공한다고 해도 경제에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상공회의소(ICC)가 의뢰해 하버드대와 메릴랜드대, 터키 코치대의 경제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올해 중반까지 선진국이 접종을 완료하고 후진국 대부분이 그러지 못할 시 전 세계 경제는 9조 달러(약 9923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주식시장은 올해 코로나19 백신이 경제 회복을 이끌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지난주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등 미국 주요지수는 물론 글로벌 주식시장은 이러한 낙관론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UniCredit)의 에릭 닐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터널 끝에 빛이 있지만, 그 터널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길고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는 한 경제 회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다보스포럼 사전 화상회의인 '다보스 어젠다'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백신 보급 불균형 등에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