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재개되도 바이든 정부가 복병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와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가 양사 합병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말 회담은 예비 회담 형식으로 현재는 합병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곧 다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 CEO의 논의가 합병으로 이어졌다면 시가총액은 3500억 달러(391조2300억 원)를 넘고, 일일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량은 700만 배럴에 달하는 회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시총이나 생산량 기준으로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다.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침체를 극복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합병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합병을 통해 연간 자본지출 100억 달러, 행정적 비용 지출 150억 달러를 각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지난해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유가 전쟁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엑손모빌 주가는 최근 1년간 29%, 셰브론은 20% 각각 하락했다. 7년 까지만 해도 엑손모빌은 세계 1위 시총(약 4000억 달러)을 자랑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약 7500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20억 달러 순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를 시작으로 이번 주 발표될 4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셰브론 역시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55억 달러에 달한다. 손실만큼이나 부채 규모 역시 상당하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9월 현재 약 690억 달러, 셰브론은 약 35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 압박까지 받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재생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대신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유럽계 다국적 정유사 BP와 로열더치셸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규제와 투자자들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투자 등 비지니스 모델 재편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합병 논의가 재개된다고 해도 복병은 남아있다. 바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다. 미국 양대 석유업체이니만큼 합병시 반독점 규제에 직면할 수 있는데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석유산업에서 탈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소식통은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협상을 완료할 기회를 놓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모두 합병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