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투자' 키파운드리, 증설 결정…“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입력 2021-02-02 14:16수정 2021-02-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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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능력 10% 늘린다…SK하이닉스 “8인치 호황 기회 활용할 것”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SK하이닉스가 유한책임투자자(LP)를 통해 간접 투자한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키파운드리가 증설을 결정했다.

이는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다. 8인치 파운드리에선 차량용 반도체부터 IT 기기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해당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에도 공급 부족에 따른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점유율 상승과 키파운드리를 통한 투자수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주문 들어갈 팹이 없다” 수요 폭발에 10% 증설

▲키파운드리 청주 본사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키파운드리는 올해 내 청주 팹의 유휴 공간을 이용해 생산능력(Capacityㆍ캐파)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증설 작업이 끝나면 캐파는 10%가량 늘어 기존 월 8만2000장 수준에서 9만 장을 웃돌 전망이다.

증설 결정은 넘쳐나는 8인치 파운드리 수요를 일부나마 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키파운드리를 비롯한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만 뱅가드, UMC 등 국내외 8인치 파운드리 업체는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주문에 완전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따라가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팹리스 업계에선 “‘물량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IT 기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8인치 라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주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쇼티지’(물량 부족) 사태가 빚어진 차량용 반도체도 8인치 라인에서 생산되는 주요 제품 중 하나다. 파운드리업체가 상대적으로 고수익 제품인 IT 장치 반도체를 우선으로 생산하다 보니, 주문 순서가 뒤로 밀리며 극심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이 늘어나 CTPL(Cycle Time Per Layerㆍ팹 공정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보다 많이 늦어졌다”라며 “사실 팹리스 업체에서 보면, CTPL 자체가 늦어지는 것보다도 팹들이 꽉 차서 아예 주문을 넣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8인치 '슈퍼 호황'…다른 업체도 증설 택할까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 주문은 꽉 찬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공급 위주 시장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이 공급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이지만, 키파운드리를 제외한 다른 8인치 업체들이 증설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8인치 웨이퍼 장비의 경우 신규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없어 쉽사리 증설 결정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기 때문이다. 생산되는 신규 장비가 없다는 건 장비 노후화 문제와 직결된다.

여기에 올해까지 8인치 호황이 계속된다 해도, 이후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증설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키파운드리 관계자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데다, 캐파 증설분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장비 수급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8인치 업체들이 큰 규모의 증설보단 가격 인상을 선택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만 UMC, 뱅가드 등이 지난해 말 10~15%가량 제품 가격 인상을 선택한 데 이어, 키파운드리와 DB하이텍 등 국내 업체들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한다면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가격 인상 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선 어떤 길을 선택해도 '꽃놀이패'인 셈이다.

SK하이닉스 “8인치 시장 가능성 커, 다양한 옵션 고려”

▲SK하이닉스 시스템IC의 중국 우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지난해 12월 12일(현지 시간) 정식 가동을 기념하기 위해 ‘M8 프로젝트 생산 가동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출처=우시일보)

지난해 8인치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투자를 감행한 SK하이닉스 역시 '슈퍼 호황'에 따른 수혜를 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사모 운용사들이 키파운드리 팹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SPC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49.8%를 출자했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고객사 물량에 맞춰 청주 공장(M8)을 중국 우시로 이전해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2022년까지 이설을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고객사 요청에 따라 절차에 속도를 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된 지난해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8인치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그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며 “중국으로 이전 중인 M8 라인과 LP투자로 간접 보유 중인 키파운드리를 통해 고객가치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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