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으로 회칙 등을 갖춘 부녀회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독립한 비법인 사단으로 부녀회 수익은 입주민 전체가 아닌 부녀회원 소유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부산의 한 아파트 부녀회 회장인 A 씨는 재활용품처리비용, 세차권리금, 게시판 광고 수입, 바자회 수익금 등 아파트 잡수입금 7000여만 원을 부녀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택법 등에 따르면 아파트 잡수입금은 관리 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등에 의해 관리돼야 하고 부녀회는 예산집행에 관여할 수 없다.
A 씨는 회장 재직 당시 전 총무인 B 씨가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보궐선거금지 가처분 신청 등 관련 변호사 비용, 형사사건 벌금 등 총 880여만 원을 부녀회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이 사건 잡수입금은 주택법상 잡수익에 해당하고 이는 입주자 전체의 소유로서 피고인에게 잡수입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된다”며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1984년 자생적으로 결성돼 입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 오다가 2005년 회장, 부회장, 총무, 감사를 두는 등 회칙을 제정했다.
대법원은 부녀회가 최소한 회칙을 제정하고 조직을 갖춰 입주자대표회의와 독립한 ‘법인 아닌 사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입주자 소유로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에 귀속시키는 내용을 관리규약으로 정하거나 합의한 적도 없으므로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잡수입금은 부녀회원들의 공동소유로 귀속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이 입주자대표회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공동소유로 귀속된다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데는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