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잘못 배송된 택배, 알면서도 사용하면 고소 당할수도

입력 2021-02-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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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택배회사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

A 씨는 아내의 생일선물로 고가의 가방을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했다. 며칠 후 가방이 배송됐다는 문자만 오고 집에 가방은 도착하지 않았다. 택배기사에게 전화하니 배송을 완료했다고 해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옆 동 같은 호수도 잘못 배송된 것을 알았다. A 씨는 잘못 배송된 집에 가서 가방을 받았는지 묻자, B 씨는 자신에게 선물로 온 것인 줄 알았다면서 이미 사용한 가방을 쇼핑백에 담아 돌려줬다.

이럴 때 A 씨는 어쩔 수 없이 B 씨가 사용한 가방을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줘야만 할까.

우선 A 씨는 잘못 배송된 가방인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사용한 B 씨를 상대로 점유이탈물횡령죄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통상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를 절도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절도죄는 다른 사람의 점유하에 있는 물건, 즉 A 씨의 집 앞에 있는 택배를 B 씨가 몰래 가져가면 성립한다. 이번 사안처럼 B 씨의 집 앞으로 잘못 배송된 가방은 분실물과 같아서 이를 가져가면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점유이탈물횡령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는 절도죄(6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가볍다.

참고로 B 씨가 자기 택배가 아닌 줄 알면서도 A 씨의 택배 상자를 마음대로 뜯은 것은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비밀침해죄는 봉함 등 기타 비밀장치를 한 편지나 문서 등을 개봉했을 때 성립하는데 보통 테이프로 밀봉된 택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비밀침해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A 씨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A 씨는 택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택배회사는 A 씨와 합의된 장소에 가방을 배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다른 장소에 배송함으로써 A 씨에게 손해가 발생했고 이는 택배회사의 과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택배 표준약관(제10026호, 2020년 6월 5일 개정)을 참고해 배상받을 수 있다.

첫째 가방이 없어진 때에는 운송장에 기재된 가방의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손해액을 택배회사는 A 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만약 운송장에 가방의 가액이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50만 원을 손해배상액의 한도로 배상책임이 있다.

둘째 B 씨가 이미 가방을 사용함에 따라 훼손됐으나 수선이 가능한 경우에는 실수선 비용(A/S 비용)을 택배회사는 A 씨에게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고, 수선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방이 없어진 경우와 같이 가방의 가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

한편 A 씨는 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 가방을 수령 또는 수령예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그 사실을 택배회사에 알려야 한다. 택배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가방을 수령 또는 수령예정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처럼 택배회사가 A 씨로부터 손해배상 요청을 받으면 A 씨가 영수증 등 손해입증서류를 택배회사에 제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택배회사는 우선 배상을 해야 한다. 택배회사가 우선 A 씨에게 손배배상을 한 후 자신의 책임을 넘어선 부분에 대해서는 B 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A 씨는 B 씨를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고소하는 한편 택배회사로부터 택배 표준약관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선 받을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특히 수화인 부재 또는 코로나 19등과 같은 상황에서 비대면 배송이 빈번히 일어나는 있는 요즘, 배송 관련 갈등 등 이슈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공정위의 택배 표준약관 내용을 참고해서 택배 관련 피해를 입은 경우 적절히 배상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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