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는 화폐의 그림자라고 할 수도 있다. 화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나 화폐만 있어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지급결제이다. 그래서 지급결제는 화려할 수가 없으며 지급결제의 주인공들도 화폐 또는 화폐적 가치라는 물이 잘 흘러가도록 배수관을 설치하는 배관공과 같은 역할을 한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 책 ‘들어가며’에 나온 한 구절이다. 우리가 안심하고 신용카드를 긁고, 송금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들 배관공들 덕분이다. 청산과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시스템화하고 지원해 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그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우린 지금과 같은 금융생활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그림자’라고 말하듯 우린 그들을 인식하지도 알지도 못한다.
이 책은 4000년도 훨씬 더된 고대 메소포타미아 창고업자부터 최근 떠오르고 있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암호자산까지 지급결제 발전의 역사와 이를 담당한 숨은 주인공들을 다룬다. 지나온 역사와 현재에 대한 통찰을 통해 지급결제제도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또,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벌이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간 갈등의 본질도 엿볼 수 있겠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결제영역까지 신용정보 기반으로 데이터 전반에 대한 사업생태계를 인허가하는 모습이다. 이런 즈음에 한은 출신 금융결제 전문가가 작성한 책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하겠다. 올바른 등대가 비추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저자는 한은에서 32년간 근무했으며, 캄보디아중앙은행에서 6년간 정책자문관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