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분양가 폭리에 집 빼앗겨"
LH "제값 받는 것…더 싸면 배임"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양가에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느냐를 두고 정부와 임차인(세입자) 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다.
경기 성남시 삼평동 봇들마을 3단지 주민 20여 명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분양 전환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2009년 판교신도시 조성 당시 입주한 이 단지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로 운영되다 2019년 분양 아파트로 전환했다. 봇들마을 3단지 주민들은 LH가 과다하게 분양 전환가를 매겼다고 주장한다.
분양 전환가를 두고 법정 다툼에 나선 단지는 이 아파트만이 아니다. 판교지역에서만 산운마을 11·12·13단지, 백현 2·8단지, 원마을 13단지 등이 분양 전환 문제로 LH나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거나 검토 중이다.
갈등 핵심은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느냐다. 입주 이후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분양 전환아파트 감정평가액도 따라서 오르고 있어서다. 판교지역의 경우 2019년 전용 84㎡형 기준 약 8억8000만 원에 분양 전환가를 통보받았다. 당시 주변 아파트 같은 면적 가격보다는 2억~3억 원 저렴하지만 고가 아파트 기준(9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김동령 전국 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시세가 오른 게 임차인 잘못은 아닌데 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오른 시세를 감당하지 못 하면 집을 비워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택지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공공기관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5년 공공임대아파트처럼 분양 전환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감정평가액과 건설 원가 간 평균값으로 분양 전환가를 구하는 방식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택지비와 건축비 원가에 적정 이익을 붙인 분양가 상한제 방식으로 분양 전환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LH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임의로 분양 전환가를 낮췄다간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분양 전환가를 제값대로 받아야 임대주택 건설에 든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LH 사장 시절 “정해진 법률과 규칙에 따라 분양가를 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고 LH가 이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국토부는 2019년 대안으로 금융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은행에서 저리로 융자를 받아 일단 분양 전환한 뒤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는 방식이다. 이에 김 회장은 “융자를 받아도 원금이 너무 크니 이자 부담도 만만찮다. 1년에 1500만 원을 갚아야 한다”며 “120만 원짜리 월세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