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 회복, 복지개혁, 노동 유연성 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토니 블레어' 전(前) 영국 총리의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전경련은 토니 블레어 정권이 집권했던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약 10년간 영국의 경제정책과 성과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 기간 영국은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기록해 유럽국 평균 성장률(2.2%)을 웃돌았다.
1인당 GDP는 1997년 2만6000달러(약 2900만 원)에서 2006년 4만6000달러(약 5100만 원)로 증가했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해 △재정 건전성 회복 △복지개혁 △노동 유연성 유지 △법인세 인하 △기업 활동 지원 정책 등을 실행한 블레어 전 총리의 효과적인 구조개혁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물가ㆍ재정 개혁으로 인플레이션 낮추고 정부지출을 줄였다.
1997년 영란은행을 독립해 물가상승률을 정부목표치 안으로 유지했다. 2000년 이후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유럽 평균을 밑돌았다.
또한, 1997년 정부부채 수준을 GDP의 40% 안으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수립ㆍ시행해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그 결과 영국의 GDP 대비 공공지출은 1996년~1997년 41.2%에서 집권 후 1999~2000년 37.7%로 줄며 198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 감소, 재정수지 흑자 전환 등 재정 건전화 성과를 거뒀고, 공공투자 규모도 점차 늘렸다.
복지ㆍ노동 분야에서는 수당 형태의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고 NHS(국민보건서비스)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선택과 집중’의 복지 개혁전략을 택했다.
국민보건 예산은 1996년 GDP의 5.5%에서 2007년 GDP의 7.3%로 증액했고, 미래세대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교육예산은 1997년 GDP의 4.9%에서 2007년 5.7%로 늘렸다.
대신 각종 현금성 수당 지출을 줄여 1990년대 8%대를 유지했던 GDP 대비 현금성 복지지출 비중을 연평균 7.4% 수준으로 유지했다.
블레어는 '복지로부터 일터로(Welfare to Work)'로 이름 붙인 복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실업급여를 6개월 이상 받은 실업자들은 의무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하며 취업, 전일제 직업훈련, 자원봉사, 정부 환경 프로젝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4개월간의 취업준비 기간 이후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의 취업ㆍ훈련프로그램을 거부할 경우 실업급여의 전부를 박탈하도록 했다.
1994년 10%에 육박하던 영국의 실업률은 2001년 4.8%까지 낮아졌고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6년에도 5.4%까지 유지됐다.
블레어 정부는 진보 성향인 영국 노동당의 전통적인 방침과 기조를 달리하는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기업 활력을 도모했다.
소규모 기업을 비롯한 전체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를 추진해 취임 당시 33%였던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30%까지 인하했다. 1999년 소득세 기본세율을 23%에서 22%로 인하했다.
기업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블레어 총리는 1997년 9월 영국 영국노동조합회의(TUC)에서 대처 전(前) 정부가 확립한 노동 유연성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보수당의 노조 정책을 철폐하지 않는 대신 노동자의 권리 보장(최저임금제, 근로시간지침 등) 정책을 도입해 균형을 맞추며 노조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 정책의 결과는 투자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영국의 GDP 대비 FDI(해외직접투자) 순유입은 블레어 정부 집권 전 1996년 2.3에서 2005년에는 10%까지 늘었다. 영국의 FDI 통계 기록 시작 이후 최고 수치였으며, 해외직접투자의 유입 증가로 기업 활동이 더욱 촉진되는 선순환 효과를 이루기도 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년 전 영국의 부흥을 이끈 블레어 전 총리는 국가 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당정을 벗어나 시행하는 비전과 전략을 보여줬다”며 “최근 고용보험기금 고갈 등 재정 부담이 커지고 코로나 여파가 더해져 물가ㆍ실업률 상승, 해외투자유입 급감 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어떻게 현 위기를 돌파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경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동이사제 등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 앞에서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