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박 내용과 상충해…공방 이어질 듯
권영세 "선거용 비난…허위사실이라면 근거 밝혀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재직 당시 한일 해저터널 건설 내용이 담긴 선언문에 서명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가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위한 용역 보고서를 발간했다는 사실에 이어 새로운 의혹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가 오 전 시장을 거치지 않고 해당 용역 보고서를 추진했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상충하는 내용이다. 해당 친필은 부산시가 한일 해저터널 건설 사업 중단을 선언한 후 6개월 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여 추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부산시가 사업 중단을 선언했던 2019년 3월 이후 6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선언문에 오거돈 전 시장이 친필 사인까지 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2019년 10월 28일 '유라시아 대륙의 환경변화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2019 국제 지도자 초청 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에 나서겠다는 친필 사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전 시장은 축사를 통해 "한일 해저터널 연구와 유라시아 철도공동체 연구에 10여 년 동안 힘써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북 열차 연결 시 부산은 물류 도시로서 위상을 높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도시"라고 말했다. 또 이날 행사에서 "공생의 경제와 한일 평화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평화 체계 구축을 위해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선언문에 친필 사인까지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권 의원이 지난 10일 발간한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한일 해저터널 용역보고서 관련 보도자료에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반박한 내용과 상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당 부산시당은 한일 해저터널 검토용역은 부산시 도시계획실장 전결 처리로 오 전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 후보도 용역은 서병수 전 시장의 재임 시기에 시작됐고 오 전 시장 시절 보고서가 마무리됐을 뿐 민주당은 오히려 그 사업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광역시당도 성명서에 한일 해저터널 연구용역 발주(17년 9월), 오 전 시장의 취임 이후 중간보고회(18년 9월), 최종보고회(18년 10월)로 적시했다. 이에 연구 용역 결과가 실장 전결사항이라 오 전 시장에 보고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연구 용역 여부를 몰랐더라도 오 전 시장이 검토하지 않고 포럼에 참석해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 된다.
권영세 의원은 "연구 용역 보고서의 역대 정부별 추진 내역에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추진 의사를 밝혔던 사업"이라며 "다만 여러 제반 요소를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선거용으로 근거 없이 비난 선동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부산시당과 김영춘 예비 후보는 ‘오 전 시장이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 검토, 주도했다는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오 전 시장 취임 이후에도 용역보고서 관련 행정 절차들을 이어갔다. △한일해저터널 기초연구학술용역 연장 요청 및 검토 보고(2018년 7월 11일) △용역변경 체결 알림(2018년 8월 7일) △용역 준공검사관 임명 및 검사 의뢰(2018년 11월 6일) △학술용역 준공검사원 임명 건의 및 임명사항 통보(2018년 11월 9일) 등이다. 2019년 3월 부산시는 서부산권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개발 주요 사업 조정안에 ‘중단 또는 재구조화하는 14개 사업’ 중 하나로 ‘한일 해저터널’을 포함해 사업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