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으론 턱도 없습니다. 한 시간이라고 손님이 더 올까요. 차라리 아예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하향 조정한 첫날인 15일 저녁.
번화가에 있는 식당과 주점들을 불을 밝히고 손님 맞을 준비에 나섰다. 거리두기가 이날부터 수도권은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한 단계씩 낮아지면서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늦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8시 즈음 서울시 종로구 종각역 근처 번화가는 텅 비어 있었다.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영업시간 연장이) 한 시간으론 턱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은 듬성듬성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홀의 절반은 불도 채 켜지 않아 깜깜했다.
A 씨는 “한 시간 늘려봤자 술 한 병, 고기 1인분도 채 안 나간다”며 “직접 보라. 사람이 없지 않나”고 토로했다.
그는 “이 가게 임대료가 한 달에 1200만 원”이라며 “시간 연장이고 지원금이고 소용없다. 차라리 문을 닫으라고 하라. 철저한 방역이 답”이라고 말했다.
호프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종각역 근처 맥주 전문점에서는 한 테이블 있던 손님들이 8시께 빠져나갔다.
B 씨는 “영업시간이 늘어난 첫날이고 연휴 끝난 직후이니 손님이 없는 것 같다”며 “일단 기다려 봐야겠다”고 말하며 테이블을 치웠다.
운영제한 시간이 늘어난 노래연습장은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홀로 연습장을 지키고 있던 C 씨는 “보통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 오지 않나”라며 “식당이나 주점에 손님이 없는데 여기라고 오겠나”고 되물었다.
서울시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역시 사람이 없었다. 오후 9시가 넘었지만, 손님 없이 텅 빈 식당이 많았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D 씨는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저녁 손님 세 테이블 받았다”며 “10시고 9시고 상황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거리도 조용했다. 길을 오가는 사람도 적었다. 다만 ‘합석 가능’ 팻말을 내건 실내포차 앞은 붐볐다. 손님들도 빈자리 없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간제한이 해제된 업종의 경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손님이 바로 돌아오진 않는 듯했다.
수도권에서는 영화관, PC방, 오락실, 놀이공원, 학원, 독서실, 대형마트, 이미용업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광진구 한 PC방은 조명을 다 켜지 않은 상태였다. 직원인 E 씨는 “바로 (손님이) 돌아오는 게 아닌가 보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오랜 기간 환전소를 운영했다는 F 씨는 “1시간 영업 제한 시간을 늘린들, 외국인들의 유입 자체가 줄어든 이태원 상권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매출의 90%가 줄었는데 그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업시간 1시간 연장에 일말의 희망을 기대는 곳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 필라테스 숍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G 씨는 “1시간 더 레슨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강사들의 개인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라면서도 “설 전후가 전통적인 성수기인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기대만큼 영업이 자유롭지는 않다”고 전했다.
홍대입구역 근처 고깃집에서 근무하는 H 씨는 “8시에 식사를 하다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1시간 늘어난 게 나쁘진 않은 것 같다”라며 “아직 시행 첫날인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시간 규제를 철폐하고 더 세밀한 방역수칙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홍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문 연다고 바로 매출이 복구하는 게 아니고 10시로 시간을 늘린다고 모든 자영업자가 반기는 것이 아니다”며 “영업 제한과 방역 조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한 이도 있었다. I 씨는 “재난지원금 찔끔 지원하는 것으로 최근 3~4배로 뛰어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긴 벅차다”라며 “자영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보다, 임대료를 낮춘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봤으면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