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회사가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투자했다. ‘그랩’은 차량 호출 서비스과 함께 음식 및 식료품 배달 사업까지 하고 있는 확장한 동남아시아 대표 앱이다. 쿠팡이 쿠팡이츠, 롯데가 롯데잇츠 등으로 음식배달 플랫폼 사업에 나선 가운데 신세계도 그랩 노하우를 국내에 도입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 그룹의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동남아시아 차량 호출·배달·금융서비스 플랫폼인 ‘그랩’에 투자했다고 16일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투자 규모는 계약관계상 오픈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랩은 2012년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해 음식 및 식료품 배달, 금융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한 동남아시아 대표 수퍼앱이다. 수퍼앱은 다양한 생활 서비스가 가능한 앱을 뜻한다. 현재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8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2억1400만 건 이상의 모바일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신세계 그룹 측은 그랩이 수백만 명의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라는 점과 동남아시아지역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7월 설립한 벤처캐피탈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고 발전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설립됐다.신세계인터내셔날이 50%, 신세계백화점이 30%, 센트럴시티가 20%를 출자했다.
실제 시그나이트는 출범한 이후 다양한 사업영역과 폭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패션테크기업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부동산 개발 및 임대관리기업 ‘홈즈컴퍼니’를 비롯해 첫 해외 투자처로 미국의 유망 패션 기업 ‘인타이어월드(Entireworld)’를 선정해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톰보이 대표가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대표직을 겸임하기로 하면서 화제를 낳았다. 이 때문에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신세계의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을 발굴하는 중책을 맡았다는 시각도 높다. 투자한 사업 중 관련 사업 자체를 도입해 직접 운영할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특히 그랩의 경우 차량호출 서비스뿐 아니라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사업자 중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과 유사하다. 그랩도 현재 미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에는 현재 타이거글로벌·힐하우스캐피탈과 소프트뱅크,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현대차 등이 총 10조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시 그랩의 시장가치는 약 16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상장 시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회사”라면서 “다만, CVC(기업주도 벤처케피탈)는 투자를 주로 진행하는 회사인 만큼 단순 투자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