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론택시 이항, “가짜계약” 공매도 리포트에 주가 쑥대밭…제2의 루이싱커피 되나

입력 2021-02-17 09:41수정 2021-02-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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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팩리서치 리포트에 주가 63% 폭락
“주고객사 자본금, 판매 계약 규모 대비 너무 적은 수준”
“승객 면허도 의혹...특정 고도 이하 시험 비행 허가만”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초대로 한강서 비행실증 참가도

▲울프팩리서치가 중국 드론택시 스타트업 이항의 주고객사인 쿤샹 주소를 확인했지만, 일반 호텔이거나 11층 건물의 13층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고발했다. 출처 울프팩리서치 보고서
중국 드론택시 스타트업 ‘이항’이 거짓 계약으로 주가를 띄웠다는 공매도 보고서에 직격탄을 맞았다.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 주가는 하루 만에 60% 넘게 급락했다.

16일(현지시간) 울프팩리서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항은 고객과의 거짓 계약을 기반으로 수익을 조작해 투자 가치를 높였다. 또 실제 제품 대신 제조와 파트너십 등 회사 잠재력을 거짓으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고객을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프팩은 관계자 통화를 비롯해 이항 본사와 주 고객사인 쿤샹의 사무실, 제조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쿤샹은 이항에 1억 위안(약 172억 원)을 투자했고, 4억5000만 위안 규모의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웠다고 울프팩은 주장했다. 본 계약을 맺은 시점은 쿤샹이 설립된 후 9일 만의 일이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의 존재는 과장됐으며, 실제 회사 운영은 계약서에 청구된 것의 일부분으로 보인다”며 “쿤샹 홈페이지에 기재된 주소 3개는 각각 쿤샹이 없는 호텔, 11층 건물의 13층, 평일 오후 쿤샹 직원 혼자 있는 사무실이었다”고 고발했다. 이어 “쿤샹은 자본금이 1억 위안에 불과해 실제로 판매 계약을 이행하기에는 너무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항이 취득한 운항 면허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항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 전역 등에서 자사 드론택시인 EH216이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유인 등급’과 ‘장기적인 비행’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울프팩은 항공 규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EH216은 특정 고도 이하 및 특정 시간·지역에서만 레저용 시험 비행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영문 보도자료에서는 중국 규제 당국의 상업적 승인을 받았다고 거짓 주장을 했고, 중문 보도자료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당국의 상업적 승인을 받았다고 속였다고 꼬집었다.

리포트 발간에 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이항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전일 대비 62.69% 폭락한 46.30달러에 마감했다.

이항의 유인 드론택시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서울 하늘로 드론 택시 띄운다’는 이름으로 드론 배송·택시 실증 행사를 개최했다. 이항의 EH216은 미국 리프트에어크래프트의 헥사와 함께 여의도와 한강 상공에서 비행 실증에 참가했다.

드론 비행 활성화를 기대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이항 주식 보유금액은 5억5033만8157달러(약 6103억 원)로, 미국 전체 종목 중 9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미국 보잉, 중국 알리바바보다 높은 순위다.

거짓 의혹에 중국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때 스타벅스를 위협할 것으로 기대됐던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매출 규모를 부풀렸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고, 이달 초엔 미국에서 파산보호까지 신청하며 추락했다.

다만 최근 급등한 주가가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만큼 공매도 보고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항 주가는 장중 급락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다시 19.33%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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