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공…자체 제작 콘텐츠 전성시대

입력 2021-02-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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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 콘텐츠 전성시대다.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 기업이나 플랫폼은 우후죽순 킬러 콘텐츠 개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 공식을 참고하는 서비스 기업과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트위치 코리아가 15~16일 개최한 '2021 스타크래프트 스트리머 배틀'의 포스터와 참가자 라인업 (사진제공=트위치(Twitch))

◇자체 제작 콘텐츠, 자체 색 입히기 = 자체 제작 콘텐츠에도 각자의 색이 드러난다.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Twitch)’는 스트리머에 집중했다. ‘스트리머 배틀’, ‘트위치 버서스’, ‘트위치 라이벌스’ 등 트위치 파트너 스트리머들과 프로그램을 꾸리는 형태다. 특히 2020년 관심을 모은 ‘어몽어스’나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마니아층이 확실한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발로란트’ 등 게임을 중심으로 트위치 파트너들이 합류하는 형태다.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에 특화된 서비스인 만큼, 게임사와 긴밀히 협업할 수 있는 점을 적극 살렸다. 트위치는 이춘향, 승우아빠 등 게임 스트리머의 교류와 경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AOMG 소속 아티스트 로꼬가 어몽어스 플레이에 참여하는 등 색다른 면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청자들도 적극 호응했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트위치 스트리머 배틀: 하스스톤’ 결승전은 2021년 2월 기준 시청자 수 51만 명을 기록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5 스트리머 최강전,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 랜덤 팀 스쿼드, LOL 퀸즈 토너먼트 결승전이 포함된 ‘2020 트위치 G-STIVAL’ 또한 13시간이라는 스트리밍 길이에도 87만 명이 시청했다. 이스포츠 차트(Esports Charts)를 기준으로 ‘트위치 라이벌스: 발로란트 코리아 쇼다운’의 평균 시청자 수는 1만 명 이상이었다.

트위치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체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모색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지난해 선보였던 콘텐츠를 이어가며 파트너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아시아 5개국 이상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 2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공…애플, 디즈니, 유튜브 합류 = 자체 제작 콘텐츠의 첫 물꼬를 튼 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흥행하며 제작부터 배급, 송출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표준으로 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 미국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다. 영국 BBC의 1990년대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에미상 감독상을, 케빈 스페이시는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 넷플릭스의 첫 한국 상륙 당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서비스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후 ‘옥자’, ‘킹덤’,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의 자체 제작 콘텐츠들을 꾸준히 공급해왔다. 자체 제작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기와 맞물린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료 시청자 수 또한 급속하게 증가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넷플릭스 결제금액은 2018년 657억 원에서 2019년 2483억 원, 2020년 517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관을 찾을 수 없으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힘을 얻고 있다”라며 “지속성이 있을 것이라 보긴 어렵지만 현 상황을 보여주는 양상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의 이와 같은 성공에 엔터 시장이 과열되는 추세다. 애니메이션ㆍ방송 제작사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디바이스ㆍ소프트웨어 기업이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한국 진출이 임박한 디즈니플러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OTT 분석업체 릴굿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전체 콘텐츠 중 독점 콘텐츠 비중이 가장 큰 서비스로 디즈니플러스(89%)를 꼽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83%로 확인됐다.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꼽히는 유튜브 또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강화 중이다. 주요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제작자들과 협업해 제작한 유튜브 오리지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백종원의 요리비책(Creator Spotlight: Paik's Cuisine)’을 시작으로 유튜버를 내세운 자체 다큐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TV 리모콘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훌루 등의 버튼이 들어가 있다. CNN은 13일(현지시간) OTT 업체 간 자체 콘텐츠 경쟁으로 구독료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AP뉴시스

◇제작비 경쟁 과열, 콘텐츠 내실은 숙제 = 다만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를 위한 비용과 시청자의 편의성이 과제로 남았다. 자체 제작 콘텐츠 경쟁이 촉발된 만큼, 제작비 출혈 경쟁에 매몰될 수 있다는 것.

포춘(FORTUNE)은 BMO Capital Markets의 예측을 인용, 넷플릭스가 2020년 오리지널 콘텐츠에 173억 달러(약 19조 1753억 원)를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130억 달러(14조 4092억 원), 2019년 150억 달러(16조 6260억 원)에 이어 꾸준히 늘고 있다.

토종 OTT 웨이브(Wavve) 또한 2020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까지 콘텐츠 투자에 3000억 원을 들일 예정이며, 2021년 상반기 중으로 웨이브에서만 독점 상영하는 완전한 오리지널을 선보이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360억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왓챠 역시 독점 콘텐츠 강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형 제작비는 결국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들어가는 특수 효과적 장르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스토리텔링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몰입할 요소가 없는데 시각적으로만 화려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후죽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하다 보니 소비자가 콘텐츠 정보를 전달받기 어렵고 선택에 난항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콘텐츠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다 보니 소비자로서는 어떤 콘텐츠가 완성도 높고 좋은 콘텐츠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큐레이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가 더욱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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