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을 걸고 있다.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간 가파르게 오른 성장주 대신 성장·혁신 테마가 유망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돈나무(Money tree)’ 선생님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 신드롬도 테마 ETF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는 테마 ETF가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ETF는 ARK INNVTION ETF로, 61억508만 달러(한화 6조7552억 원)를 보관하고 있다. ARK INNVTION ETF는 아크인베스트가 운용하는 대표 상품이다. 테슬라와 같은 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서학개미의 해외 ETF 연결고리는 아크인베스트로 이어진다. 연초부터 ARK WEB X.O ETF, ARK Fintech Innovation 등 ‘ARK’만 붙으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아크인베스트의 7개 ETF 상품 중 5개 수익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올해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에선 아크인베스트를 이끄는 캐시 우드 신드롬이 일 정도다.
이어 같은 운용사 상품인 ARK GENOMIC REVOLUTION MULTI-SECTOR ETF에도 2억3055만 달러(2550억 원)이 몰렸다. 해당 ETF는 DNA시퀀싱, 유전자 관련기술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캐시 우드의 안목을 믿고 따르는 서학개미들은 해당 ETF가 투자하는 기업을 직접 사들이기도 한다.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CRISPR THERAPEUTICS(크리스퍼 테라퓨틱스)를 3534만 달러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은 중증 질환에 대한 변형 유전자 기반으로 의약품을 개발하는 유전자 편집 회사로, ARK GENOMIC REVOLUTION ETF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학개미의 ‘러브콜’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은 아예 아크인베스트를 추종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한국투자 글로벌혁신 ETF 랩’을 선보였는데, 아크인베스트의 5개 ETF를 모아 투자하는 상품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아크인베스트 ETF를 추종하는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국내 자산운용사 ETF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튬, 배터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Global X Lithium ETF는 2억4275만 달러 어치를 보관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8년 5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ETF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홍콩 증시에 상장시킨 MIRAE ASSET GBL IN GLOBAL X C ELC VHC ETF도 3억2594만 달러 자금이 쏠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선물 ETF를 활용하면, 환헤지도 가능하다”며 “미국 주식을 매수한 상태에서 원화값 상승을 전망한다면 달러선물 ETF를 매도하거나 달러선물 인버스 ETF를 매수해 환헤지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