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조사 결과, 경보음 2차례 울렸으나 오경보 추정…식별 후에도 늑장 보고·배수로 관리 구멍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남하한 북한 남성이 당시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지만, 군에서 8번이나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늑장 대응’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합참은 “이 남성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CCTV를 확인한 결과,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남성이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알람)이 울렸지만, 상황실 감시병이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쳤다.
북한 남성은 이후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3회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아채지 못했다.
북한 남성이 월남 후 약 3시간10여 분간 CCTV에 8차례 포착될 동안 알아채지 못하고,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9~10번째) 포착됐을 때에야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 후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한 시간은 31분이 지난 4시 47분이었고, 22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인 4시 50분 보고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 공사 때 설치됐으나, 해당 부대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탈북민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지만, 22사단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배수로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합참은 해당 부대 상황실 간부와 영상(모니터) 감시병이 임무 수행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식별하지 못했고,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및 보완대책 강구 지시에도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결론냈다.
이어 “민통선 제진 소초 북방 7번 도로에서 북한 남성을 최초 식별한 후 22사단과 8군단의 초기 상황 판단 때 엄중한 상황임에도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부대 편성과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합참은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2사단장에 대한 문책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합참은 “지휘계통 인사 문책 부분은 국방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