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의 세가지 논점

입력 2021-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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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1월 금융위에서 발표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성과 평가 및 개정 검토’와 ‘의결권자문사 관리 감독 강화’가 포함됐다. 즉, ‘ESG 정보 공개 확대’ 과제 외에도 2016년 12월에 제정 도입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 성과를 평가하고, ‘ESG 관련 수탁자책임’을 강화하는 등 개정을 검토하며, 이러한 역할을 매개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이드라인과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관찰자 관점에서 최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살펴보되, 정책 입안자의 마음으로 실효성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책임감을 가지고 따져보자.

먼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와 비교할 해외 벤치마킹 대상부터 정하자.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산하 네트워크(GSCN)에 등록된 스튜어드십 코드 멤버국은 18개국이다. 너무 많아 복잡하다. 게다가 코드 자체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므로, 제도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줄이자. 상법은 제정 당시 일본의 영향을 받았으나 IMF 이후의 상법과 자본시장법 모두 영미법 영향이 컸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코드를 제정하고 가장 ‘선진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영국’이고, 2016년 한국형 코드 도입 당시 법 제도와 경제 문화의 ‘유사성’ 차원에서 가장 많이 고려한 사례는 ‘일본’이었다. 따라서 이들 두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미래나 로드맵 또한 감이 잡힌다.

그럼 이번 코드 개정의 논점들은 무엇이 될까? 단기적인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본의 개정 과정과 내용이 참고된다. 일본 또한 2014년 코드 제정 후 2017년과 2020년에 두 차례 개정했다. 첫 번째 개정 시 강조된 부분은 공적 기금과 같은 자산소유자(Asset Owner)가 자금 운용 위탁 시 자산운용자(Asset Manager)를 통해 자신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시·감독·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에 그칠 게 아니라, 수탁자 책임이나 ESG에 대해 ‘실질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대화(Engagement)의 횟수만이 아니라 ‘대화의 품질’까지 요구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기금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자금 위탁기관에 ESG 활동을 요구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기존에 ‘주식’을 대상으로 ‘자산운용사’ 중심의 수탁자 책임활동에 ‘비상장사와 인프라 투자’까지 대상이 추가되고 이행 주체가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필자 또한 이러한 문의를 많이 받으면서, 한국도 일본의 코드 진화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변화는 제도가 이끌기도 하지만, 트랜드에 맞게 제도가 뒤따르기도 한다.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논점으로 강조돼야 할 부분은 다른 기관투자자와의 ‘연대’다. 영국이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에서는 투자자 연대 조항이 없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기관투자자와 협동(집단적 관여 활동)이 유익할 수 있다’고 해설하면서 1차 개정 시 이를 강력히 권고했다. 동시에 기관투자자 ‘경영진의 책임과 역할’ 또한 필연적으로 강조되었다. 이후 일본의 주주 행동 관련 시장과 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도입 당시 일본 코드와 지배구조 위협 등으로 재계의 격렬한 반대를 근거로 제외되었다. 하지만 지배구조뿐 아니라 ESG 경영이 총체적으로 중시되고 있는 지금, 특히 사회와 환경 이슈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연대’의 필요성은 더욱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역시 논쟁은 많을 것이다. 대통령의 ESG 언급도 있었던 만큼, 코드의 정식 조항으로 포함될 것인지, 일본의 사례처럼 권고 수준이 될지, 아니면 이번에도 제외될지 지켜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의결권 자문기관의 역할이다. 일본은 1차 개정에서 자문서비스 회사의 조직, 이해 상충, 권고 의견 절차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2020년 3월 2차 개정에서는 기존 7개의 코드 외에 8번 조항을 별도로 추가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기관투자자가 수탁자책임활동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투자 전반의 기능들(the functions of the entire investment chain)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금융위의 세 번째 과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의결권자문사들을 규제할 경우 정책적으로는 기업이나 기관투자자 모두에게 수탁자책임활동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인 명분이 생긴다. 필자 같이 자문서비스를 하는 사람에게는 일견 불편할 수도 있지만, 업계의 생태계가 진화하고 업의 영역 또한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전문성이나 이해 상충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던 상황에서, 향후 법 규정으로 담보되어 그러한 노력이 공개될 수 있으면 오히려 자유도는 높아질 수 있다. 과연, 책임투자의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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