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최측근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최근 투자시장에서 광풍을 몰고 있는 테슬라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먹을 수 없는 것을 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멍거 부회장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데일리저널 연례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약 5535만 원)를 돌파한 것과 테슬라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도달한 것 중 어떤 것이 더 광풍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뭐가 더 나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벼룩과 이(louse) 중 뭐가 더 나쁜지 가리기 힘들다’는 18세기 영국 시인인 사무엘 존슨처럼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저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언론사로 멍거는 이 언론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최근 투자시장의 ‘광풍’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급등하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해에만 743% 급등했다. 최근 상승세는 주춤한 상태지만 시가총액은 6980억 달러에 달한다. 비트코인은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했다.
멍거는 ”비트코인이 전 세계에서 교환(거래)의 매개체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기엔 너무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금의 인공적 대체수단의 일종인데 나는 절대 금을 사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역시 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유명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을 빌려 ”비트코인 거래는 여우 사냥 같은 것“이라면서 ”먹을 수 없는 것을 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우 사냥이 먹을 수 없는 동물을 잡는 ‘피의 스포츠’로 악명이 높았던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초보 투자자들을 거래 버블(거품)에 유인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멍거는 1700년대 영국 회사 ‘사우스 시’(South Sea) 거품 사례도 얘기하면서 ”인간의 탐욕과 중개업계의 공격성이 때로 이런 거품을 만든다“며 ”현명한 사람이라면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멍거는 ”‘수수료 무료’는 역겨운 거짓말“이라면서 ”로빈후드가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 주식 투자를 도박 게임처럼 만들어 투기를 조장해 더럽게 돈을 버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 주는 건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로빈후드는 거래수수료 무료앱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수익구조는 앱 사용자들의 매매 주문 데이터를 제3자에게 팔아 돈을 버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