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지 않게 투자하고 싶다” 전하기도
텐센트홀딩스, 스타트업 투자 강자로 떠올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급감했다. 유망한 신생 기업에 투자해 사업 확장을 꾀하는 전략이 규제 당국에 의해 막히면서 알리바바가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를 잃었다고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닛케이의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올해 2월 알리바바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7억 달러(약 3조326억 원)로 전년 동기 60억 달러에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11월은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됐던 때다. 지난해 12월~올해 2월을 기준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투자는 70% 넘게 줄었다.
이는 중국 규제 당국이 알리바바를 대상으로 한 감시와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의 독점 행위나 개인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지침 외에도 앤트그룹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대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놨다.
규제 당국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가 2017년 오프라인 유통업체 인타임리테일의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당국의 감시가 촘촘해지자 알리바바는 신규 투자를 줄이거나, 투자하더라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됐다.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가 40%를 출자한 윈펑캐피털은 지난해 말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눈에 띄지 않게 투자하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가 신규 투자를 줄인 것은 유동성 확대의 영향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스타트업으로 몰려드는 투자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 스타트업 정보사이트 36kr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의 총 조달액은 전년 대비 40% 늘었다. 한 펀드 회사 관계자는 “유망 스타트업이라면 조달 희망액을 웃도는 투자금이 쏟아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알리바바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텐센트홀딩스는 알리바바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해 텐센트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처음으로 알리바바를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 알리바바의 스타트업 투자 건수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텐센트의 투자 건수는 70건을 넘었다. 기업들이 “투자를 받는다면 알리바바보다 텐센트가 위험이 적다”고 판단한 영향도 있다.
닛케이는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금융의 두 축에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투자 전략을 써왔다”며 “지난 15년간 1000억 달러 넘게 투자했던 알리바바가 투자액을 줄이면 중국의 기술 혁신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