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만 보는 조정훈ㆍ김진애…'마이웨이' 걷는 박영선
시대전환ㆍ열린민주는 범여권, 박영선에 표 쏠릴 듯
단일화 착수한 조정훈 측도 "박 후보가 될 공산 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최종후보가 박영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조정훈 시대전환·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합당에 대해선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어차피 단일후보는 박영선”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범여권 단일화에 뛰어든 후보들은 민주당·시대전환·열린민주당으로 당 소속이 다르다.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이나 열린민주당 소속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거대정당인 민주당의 선거운동에 제약이 걸린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가 될 경우 국민의힘의 선거운동이 어려워져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범여권에서는 합당은 거론되지 않는다. 2일 박 후보와 조 후보 간의 단일화를 8일까지 진행한다는 발표, 의원직을 던지고 8일부터 18일까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김 후보의 선언이 나왔지만 합당 관련 언급이 일체 없었다. 당장 합당 추진을 병행해도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라 어려운데 논의조차 없는 것이다.
왜일까. 범여권에 어차피 박 후보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어서다. 이 때문에 조 후보와 김 후보는 박 후보만을 보고 열을 올리는 반면 박 후보는 당에 일임했다며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조 후보는 지난달 24일 단일화 참여를 밝힌 자리에서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합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도 준비할 것이고, 합당을 위한 1차 수순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날 정대진 시대전환 대변인은 단일화 추진 발표 기자회견에서 “8일에 (조 후보가 최종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라며 박 후보와의 단일화가 전부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 후보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조 후보와의 단일화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 끝내서 조 후보는 국회에 남게 하고 충실한 단일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박 후보만을 상대로 보고 있음을 밝혔다. 합당에 대해선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합당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는 의제이고, 어차피 8일에 박 후보로 정해질 것이니 박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단일화 협상을 맡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당의 결정을 군말 없이 따른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 본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 모든 걸 일임했다”고만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조·김 후보는 여론 조사상 잘 잡히지도 않는 미미한 지지율이니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서서 박 후보로서는 반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는 의원직 사퇴라는 돌발행동을 하긴 했지만 설사 단일화를 않고 완주한다 해도 열린민주당이 친문(문재인)을 표방하기에 범여권 표는 결국 민주당 소속인 박 후보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가 사실상 범여권 단일후보로서 ‘마이웨이’를 걸으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표는 쏠리고, 조·김 후보는 선거 흥행을 위한 ‘부지깽이’ 역할을 하며 자연스레 정리되는 수순을 밟는다는 전망이다.
당장 단일화 작업에 착수한 조 후보 측도 “어차피 박영선”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는 합당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 야권처럼 조 후보가 될 경우를 가정해 선거운동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 후보가 될 공산이 커 민주당이 언급을 아예 안 하고 있다”며 “시민들도 우리도 결국 박 후보가 될 거란 생각이지만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