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출간할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로부터 논문 검토 요청을 받은 이스라엘 헤브루대 이얄 윈터 교수는 3일(현지시간) IRLE 편집장에게 보낸 답변에서 “증거가 없고 결론 도출 과정에 기초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윈터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제시한 일본인 소녀의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오사키가 열 살이 됐을 때 모집원이 들러 ‘외국으로 가는데 동의한다면 선급금으로 300엔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모집원은 오사키를 속이려 하지 않았고 소녀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았다”고 적었다.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 위안소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가해진 성폭행이 합법적 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윈터 교수는 “매우 문제가 있다”면서 “열 살인 오사키가 정말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었겠는가. 이런 믿기 어려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논문에 단 하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오사키가 나이가 든 뒤 인터뷰했다는 야마자키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윈터 교수는 “이런 주장을 야마자키가 했는지, 오사키가 했는지 참고자료가 없다”면서 “오직 저자의 추측으로만 주장이 성립됐다”고 반박했다.
백 번 양보해 열 살 오사키가 상황을 이해했고 램지어의 추측이 맞다고 해도 이 사례 하나가 다른 10만 명의 위안부 피해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사용했던 ‘게임이론’도 오류가 있다고 꼬집었다.
램지어 교수는 게임이론을 끌어들여 전쟁터에서 매춘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을 고려해 여성들이 거액의 선급금이라는 ‘신뢰할 만한 약속(credible commitments)’을 요구, 이에 따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윈터 교수는 “신뢰할 만한 약속이란 상대방이 B라는 행동을 하면 A라는 행동을 하겠다는 게임 참가자의 맹세”라면서 “위안부 사례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게임참여자(일본군)의 자기 구속력이 빠졌기 때문에 선급금은 신뢰할 만한 약속과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논문에선 양측(일본군·피해여성)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게임이론을 일본군 위안소의 역사에 굳이 적용한다면 일방적이고 완전히 이기적인 게임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례를 해석하는 데 게임이론이 필요한지조차 의문”이라며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