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 서울시 캠퍼스타운 큰 힘…'한국의 바스프' 만들고 싶다"
“기술개발이 끝난 회사에 사업화 자금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3일 경기도 판교에서 만난 백재현 에이올코리아 대표는 창업 초기 서울시의 지원 효과를 언급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백 대표는 2018년 창업 당시 ‘서울시 캠퍼스타운’에 입주해 사무공간과 용품을 받아 기반을 다졌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서울시ㆍ자치구ㆍ대학이 협력해 2017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올해는 34개 대학에서 청년창업 육성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지원으로 창업 초기 안정화를 꾀한 에이올코리아는 2019년 1억7000만 원, 지난해에는 6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2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백 대표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 중 하나로 성장 단계별 지원을 꼽았다.
"초기 스타트업에 창업 공간과 사무용품이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더 필요하죠. 이를 위해 서울시가 투자나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미국(실리콘밸리)이나 홍콩은 사업 아이템이 괜찮으면 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기업은 대개 매출이 좋지 않다. 영업이익을 내기는 더 어렵다. 은행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매뉴얼대로 기업을 평가한다. 스타트업이 자금을 원활히 융통할 수 없는 구조다.
"투자받는 것도 좋지만 초창기 낮은 밸류로 투자를 받으면 향후 지분이 많이 희석돼 운영에 제약이 발생합니다. 은행 등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와 관계 부처가 적절한 해결책을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백 대표가 창업한 에이올코리아는 스타트업에서 보기 드문 제조업체다. 실내 환기 시스템과 저온 재생 기능으로 에너지 절약형 제습 환경을 조성하는 ‘저온 재생형 금속-유기 골격체’(MOF: Metal-Organic Framework)를 톤 단위로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이다. 지난해 미국에 MOF 소재를 수출했고 올해는 톤 단위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캠퍼스타운 기업 중 유일하게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부장 사업으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 회사들 대부분이 e커머스 분야에 있죠. 제조업, 특히 소재 기업에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서울시와 관계 부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백 대표는 서울 캠퍼스타운에서 창업한 사람들도 물심양면 돕고 있다. 제조 경험이 부족한 후배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에이올코리아 공장에서 생산해주고 직접 투자자를 섭외해 연결시켜 준다.
“기초과학, 제조업이 잘 돼야 다른 영역도 잘 될 수 있습니다. 이 가치 하나로 후배와 함께 공학관 지하실험실에서 물건 만들면서 시작했죠. 제가 나름대로 돕고는 있지만 아이템이 괜찮으면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백 대표는 '한국의 바스프'를 꿈꾸고 있다. 에이올코리아를 영속성 있는 회사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