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탄핵심판의 주심에서 제외해달라며 낸 기피신청이 기각됐다.
헌재는 8일 임 부장판사 측의 이 재판관 기피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기피신청 심리에는 이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재판관이 참여했다.
헌재는 이 재판관의 과거 이력만으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2015~2016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정부가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방해한다며 천막 농성과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혐의로 기소된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이다. 또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사건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임 전 부장판사가 이 재판관이 민변 회장 출신이라는 점을 기피 사유로 내세운 이유다.
임 전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이 재판관이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과 민변 회장 등을 지내 이른바 '세월호 재판'에 개입해 탄핵 소추된 임 부장판사 사건을 공정하게 심리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헌법재판소법 24조 3항은 사건 당사자가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애초 헌재는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변론준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피신청 심리를 위해 기일을 연기했다. 이날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 결과가 나온 만큼 헌재는 조만간 기일을 지정해 양측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변론준비절차 기일에는 양측의 대리인이 출석해 향후 심판의 쟁점 등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