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3기 신도시는 물론 2.4 대책 공급(83만호)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 주도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조만간 발표될 LH 새 수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땅 투기 의혹 후폭풍을 뚫고 주택 공급 사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LH 내 기강 확립까지 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출발선에 서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대책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32만 가구를 비롯해 인천·경기 29만 가구, 5대 광역시 등 지방에 22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었다. 서울 32만 가구의 경우 분당 신도시 3배 달하는 규모다.
이 83만 가구 중 신규 공공택지로 공급하는 물량은 26만 가구. 나머지 57만 가구는 LH 등 공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올 물량이다.
2.4 대책이 나온 뒤 시장에선 민간의 공급 의지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 총량이 변할 수 있어 정부 목표치와 실제 공급효과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기존 조합은 해산하고 시공사 선정 권한을 제외한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공기업에 양도하는 조건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토지주의 의사 결정 권한이 지나치게 축소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2.4 대책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과 함께 시장의 반감이 컸던 건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안 그래도 난항이 예상됐던 2.4 대책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단순한 땅 매입이 아니라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000㎡ 이상의 지분 쪼개기와 묘목심기 등 미심쩍은 정황들이 확인되자 3기 신도시 조성을 백지화하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추가 폭로가 이어질 경우 LH는 물론 LH의 사업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공공주택지구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선 현재 투기가 일어나고 있는 LH와 함께 사업을 해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일단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겠지만 사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새 수장으로 올 LH 사장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LH 사장 자리는 공석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퇴임하면서 3개월째 빈 자리로 남아있다.
LH사장 임원추천위원회는 신임 사장 후보자 3명을 확정해 지난 1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로 넘겼다. 국토부 장관이 1명을 제청하고, 청와대가 재가하면 LH 사장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현재 유력한 후보는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다.
학계 관계자는 "일단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내외부 사태를 수습하면서 조직의 신뢰성 확보 방안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