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2·4 공급 대책의 추진 동력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의 매수심리를 다시 일으킬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28% 상승했다. 2.4대책이 나오기 직전(2월 첫 주) 9년 만에 최고 상승폭(0.33%)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둔화된 상승세다. 지하철 연장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호재에 고공행진하던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세도 0.47%→0.38%로 한풀 꺾이긴 마찬가지다. 서울(0.10%→0.07%)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83만 가구 공급을 골자로 하는 2.4대책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지속됐지만 일단 공급 추진 속도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확산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러나 LH 땅 투기 의혹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땅 투기가 일부 지역에 국한한 것이 아닌 신도시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데다 2.4대책의 큰 그림을 그렸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사의를 표명해서다. 83만 가구 공급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LH 사장의 부재, LH에 대한 신뢰 추락 등이 2.4 대책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땅 투기 사태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입주 물량 감소와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다시 치솟을 수 있는 데다 이번 사태로 3기 신도시를 바라보던 수도권 예비 청약자들이 신도시 조성 속도에 물음표를 던지며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 너무 높은 집값 등으로 인해 이미 상승세가 꺾인 수도권 집값이 당장 반전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3기 신도시 공급이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지금까지 내 집 마련을 미루던 젊은 수요층의 매수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에선 2.4 대책이 나오기 직전보다 아파트값 상승폭을 더 키운 지역들이 적지 않다. 경기 부천(0.25%→0.39%), 안산(0.63%→0.76%), 안양(0.34%→0.47%), 시흥(0.39%→0.82%), 광주(0.33%→0.43%) 등에서 이같은 추세가 나타났다. 의왕(0.91%)의 상승폭은 2.4 대책 발표 직전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1%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0.31%→0.39%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