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재벌가나 최고경영자(CEO), 임직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는 쉽게 말하면 금융사기와 다름 없다. 피의자는 금융정보를 독점하거나 최신 금융기법을 잘 아는 고학력 엘리트층이고, 피해자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대다수 국민이다.
수많은 선량한 투자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에 대해서 관용보다 엄벌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탕 하면 수백억…재벌가 등 ‘꾼’들에 멍드는 자본시장= 오너가의 ‘먹튀 사례’는 잊을만 하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문현철 부장검사)는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본사와 일동홀딩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일동제약이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물적 분할을 하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 부양 등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있는지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LG가(家) 3세 구본현씨도 대표적이다. 그는 공범 2명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인 게임회사를 인수하고 이후 주식을 여러 차례 사고 팔며 주가를 끌어올린 뒤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으나 2018년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그는 해외로 도피해 현재까지 도피 중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한진해운 주식 매매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6년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두 딸과 함께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아 약 10억 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다. 김준기 전 동부(DB)그룹 회장도 2014년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직전 차명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피한 혐의가 발견돼 2016년 금융 당국이 제재에 나선 바 있다.
정치계에서는 2014년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명수씨가 매제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내부자 거래 주식 투자로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 등을 받아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모럴헤저드의 심각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오고 있다. 현재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는 주식 선행매매 등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에도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위반 혐의에 연루돼 고초를 치른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 출신 애널리스트 A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과거 대형 회계법인도 기업들의 회계를 감사하며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주식거래에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회계법인 등은 상장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제공하고 있어 내부자 간 정보 공유에 따른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치밀한 작전…‘개미투자자의 눈물’=세간에선 일명 ‘재벌 주식 재테크(?)’는 어떻게 이뤄질까. 대체로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시작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기존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달리 특정인(재벌 2ㆍ3세)에게 신주 인수권을 지정해 주는 것이다. 이 특정인은 자본금을 납입하고 발행가격으로 나눈 만큼 신주를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럴해저드에 좀더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 금융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기준의 변화가 뚜렷히 관찰되지 않고 있다”며 “금전적 처벌, 비금전적 처벌 모두 강화되어야 하는데 개선이 미미하고 처벌 수준이 느슨하기 때문에 경감심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