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소유ㆍ이용 개편 목소리 높아져
투기대상으로 보는 인식 개선해야
소유아닌 생산수단 역할 강화 필요
농지취득 심사ㆍ관리방안 마련 시급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는 농지 매입에서 시작했다. 이 때문에 농지 소유와 이용에 대한 제도 개편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농지는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농지 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가장 먼저 농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LH 사태에 대한 분노는 투기 대상이 농지여서가 아닌 불공정에 대한 것”이라며 “농지를 왜 공공재로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농촌 고령화에 따라 상속을 통해 농지는 비농민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지를 공공재로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농지에 복합이용 개념을 넣기 시작하면서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게 됐다”며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업들도 먼저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농지를 소유가 아닌 생산 수단의 역할로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농지 취득 제도를 개편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임영환 법무법인 연두 변호사는 “정부는 농지는 단순히 토지가 아닌 중요한 생산 수단, 식량안보 수단으로 여기고 보존해야 한다”며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국민에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농지와 이농자의 농지는 소유 상한을 확대해 결과적으로 소유 제한 규정이 없다”며 “비농업인이 출자자의 절대다수인 농업회사법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길도 열어줘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농지 투기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병옥 경남농어업특별위원회 농지분과위원장도 “도시민이 주말농장·상속농지·이농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 법 조항은 투기로 연결되는 핵심고리”라며 “이 부분을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 문턱이 낮아진 것은 결국 현재 농지법이 규제 완화를 명목으로 완화됐기 때문이고, 오히려 농지법이 투기를 조장했다는 질타도 나왔다.
송재일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농지법 제정과 개정에서 법률가가 개입한 적이 없다”며 “법은 시그널인데, 현재 농지법은 자본이 있으면 농지를 사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심사를 강화하고 이후 관리 강화 방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농사를 짓겠다는 영농계획서의 사실 여부 확인도 어렵고, 땅을 산 뒤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조 위원장은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영농경력 3년 혹은 5년 이상인 경우에 한해 발급하는 등 규정을 둬야 한다”며 “이 같은 관리 업무를 위한 농지관리위원회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을 확인하던 농지관리위원회는 2002년 농지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조 위원장은 “농지관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형식이라도 있어 규제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를 부활시키고 권한과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지관리청과 같이 농지를 관리하고 앞으로 국토계획에 농지 이용에 대한 부분을 녹여 넣을 수 있는 관리 기관이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도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종합 농지 임대차 제도와 농지관리기구 도입이 필요하다”며 “농지관리기구는 농지 매매와 임대차 등 거래의 허가·신고, 휴경 방지, 농지 이용조정과 농업경영체 육성, 농지 전용 심의 등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농업인의 농지 매입에 따른 차익 환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양도차익을 환수하기 위해선 양도차익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이를 위해 부동산 양도세 부과와 같이 농지매매에 대한 신고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 역시 농업법인의 농지 부정 취득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