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 “학대냐 아니냐 구분할 필요 없을 정도” 증언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의 몸에서 지속적인 아동학대 징후로 보이는 상처와 함께 신체 손상이 심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7일 정인이 양부모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이를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부검의는 “정인이는 지금껏 봤던 아동학대 피해 시신 중 신체 손상이 제일 심했다”며 “얼굴과 몸통, 팔, 다리 곳곳에 상처가 다수 있었다. 손상이 심해 학대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고, 함께 부검한 의사 3명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정인 양의 복부 손상에 대해서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는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복부 손상이 생기기 어렵다”며 “이번처럼 장간막까지 크게 찢어지는 상처가 발생하려면 사고가 아닌 폭행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모 장 씨 측의 “정인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 발생한 것일 뿐, 살해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배치되는 증언이다. 검찰은 정인 양의 복부에 ‘넓고 강한 외력’이 가해져 인해 췌장 절단 등 복부 손상이 일어나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씨 측 변호인은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자 부검의는 “CPR로는 췌장이 절단되는 정도의 강한 힘이 복부에 가해지기 힘들다. 다만 CPR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잘못된 방법으로 CPR을 시행할 때는 복부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지속적인 학대의 징후로 보이는 상처도 다수 발견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부검의는 “(정인이) 머리와 갈비뼈에서 과거에 발생했다가 치료가 되고 있는 골절도 발견됐다. 췌장에서도 사망일 최소 며칠 전에 발생했다가 치유 중인 것으로 보이는 상처의 흔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검의는 정인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해 ‘비우발적 손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너무 손상이 많기 때문에 사고로는 다 생길 수 없는 손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13일 첫 공판에서 장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면서 “기소 후 추가로 확보된 사망 원인에 대한 전문가(법의학전문가 등 4곳) 의견 조회 결과와 장 씨에 대한 통합심리분석결과보고서(대검 법과학분석과) 등을 종합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심리분석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은 이달 3일 열린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양모 장 씨에 대해 “욕구충족을 하는 과정에서 규칙이나 규범을 좀 무시하고, 내재하고 있는 공격성이 꽤 크다”며 “피해자를 자기에게 저항할 수 없는 대상으로 생각해 본인이 가진 스트레스나 부정적 정서를 그대로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심리분석실장은 이어 장 씨가 부인하고 있는 ‘정인이를 발로 밟거나 바닥으로 던지는 학대 행위’에 대해 “(해당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또 장 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PCLR) 결과, 진단 기준점인 25점에 근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인이 양모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정인 양에게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장 씨의 남편 안 씨도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