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들어서면 웃는 표정의 로봇이 인사를 건넨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한 커피가 추출되고 픽업대로 올려지는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 내외. 모든 과정에서 일체의 외부 접촉은 없다. 로봇은 손님이 없을 때는 부족한 재고를 발주하거나 커피그라인더 눈금을 맞춘다. 세계 최초 로봇카페 매장인 ‘비트박스’의 모습이다.
비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카페 프랜차이즈 달콤을 운영하는 다날F&B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신생법인이다. 설립 직후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을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커피 로봇 ‘비트’는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 인공지능 학습으로 자동화가 가능한 3세대까지 발전했다. 3세대 비트가 탑재된 자율운영 무인화 매장 ‘비트박스’는 30일 판교에서 국내 처음 오픈한다.
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우연히 로봇이 커피를 드립하는 걸 본 이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마침 당시 스타벅스가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추출되는 자동 머신을 도입했는데, 여기에 로봇을 결합한 ‘비트’를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비트에는 약 30개 정도의 센서와 하드웨어가 장착돼 있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감지해 수리하거나 운영을 멈춘다”라며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는데 100명 중 99명이 똑같은 양과 품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게 3세대 비트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특히 ‘휴먼 터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24가지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3세대 비트는 사람이 지나가면 인사를 하거나 몸을 움직인다. 매장 안 고객 수에 따라 음악 소리와 볼륨도 조금씩 달라진다.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한 사소한 포인트들이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그는 “단순히 무인 카페를 운영하는 차원의 비즈니스를 넘어 리테일에 자동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최근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해 온라인 스토어로 상품 판매를 하거나 월정액으로 커피를 구독해서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로봇카페 상용화의 첫 주자인 만큼 일각에서는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지 대표는 “RPA(로봇을 활용한 단순반복 업무의 자동화) 관점에서 보면 사람의 불필요한 노동력을 없애주는 기술들”이라며 “최근 ARS(자동응답 시스템)만 해도 상담원 연결 전에 인공지능으로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반 기업에서 회계나 재무 등 불필요한 업무를 간소화해주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모두 RPA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봇카페 역시 기존 매장에서 사람이 주기적으로 커피머신 세팅을 재조정하거나 똑같은 직원교육을 상시로 하는 등의 불필요한 노동력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며 “로봇을 컨트롤하게 되면서 결국 최고의 품질을 좀더 빠르게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트코퍼레이션은 판교점 첫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매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지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빠르게 100호점까지 가는 게 목표인데 로드 상권에서 일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지면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3세대 비트 양산 작업이 마무리되면 UL(국제안전인증시험기관) 인증 등을 받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동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와 커피 문화가 유사하고 노동력이 비싼 북미를 첫 해외 진출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