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마다 댓글마다 암호같이 달린 3글자.
사람 이름도 어떤 감탄사도 아닌 거 같은, 신조어 앞에 또 무너지고야 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신조어는 고대에서 온 ‘유행어’라는 사실.
과거의 무한도전이 덮친 현재의 유행어 ‘무야호’ 이야기입니다.
듣자마자 대뜸 “그게 뭐야”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무야호’는 정말 별 뜻 없는 짧은 외침이 전부였던 단어인데요. 무려 11년 전, 2010년 3월 6일 MBC 무한도전 방영분에서 탄생했습니다.
195회 ‘외박특집 오 마이텐트’편으로 꾸며진 방영분은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이 그간 유재석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알래스카에 사는 김상덕 씨’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는데요. 그냥 뱉은 가상의 인물을 실제로 찾아 나선다는 ‘무한도전 식’의 일정이었습니다.
당시 세 명의 출연진은 김상덕 씨를 찾기 위해 앵커리지 한인회관을 방문했는데요. 그곳에서 미국 내 ‘무한도전’ 인지도를 알아보고자 했죠.
그중 한 할아버지께서 무한도전을 알고 있다고 답했고, 노홍철은 반가운 마음에 무한도전의 시그니처 구호인 ‘무한~도전!’을 같이 외치자고 말했는데요. 텐션 높은 노홍철의 “무한~”을 들은 할아버지. 당황스러운 표정과 함께 갈 곳 잃은 손짓으로 “무야~호~”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됩니다.
어색하고도 민망한 상황. 무한도전을 알고 있다고 말한 할아버지도, 구호를 요청한 노홍철도 잠시 할 말을 잃은 순간. 옆에 있던 정형돈이 재치 있게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라며 어색한 장면을 넘겨버렸습니다.
당시에는 ‘김상덕 씨’를 찾아 헤매는 세 사람의 고군분투와 다양한 한인들의 이야기로 화제가 됐고, ‘무야호’는 짧게 치고 지나가는 잠깐의 웃음 소재에 불과했는데요.
11년이 지난 지금, 그 찰나가 무색하게 포털과 유튜브를 가득 채운 감탄사가 되어버렸죠. 2019년 MBC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에서 해당 방영분을 짧게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했고, 댓글로 ‘무야호’를 외치는 네티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2020년 말 온라인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 EPL 토트넘 감독인 조제 무리뉴와 무야호를 합성한 짤들을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비슷한 명칭에 무리뉴의 독특한 인터뷰 스타일이 만들어낸 합성짤인 셈입니다.
이후 축구팬들 사이에서 신나는 일이 생기거나, 무리뉴의 성적과 발언을 언급할 때 ‘무야호’가 튀어나왔는데요. 그 소소하게 즐겼던 무야호가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한 거죠.
다이너마이트 무야호, 사쿠란보 무야호, 짱구 무야호, 너의 무야호 등 무야호가 언급된 패러디와 영상들은 그 수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성중이죠.
실제로 ‘무야호’의 뜻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엔 꽤 어렵습니다. 무엇인가 신나고 즐거운 일이 있거나,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탄의 상황에 외치게 되는 ‘무야호’는 반드시 “그만큼 ~~거지”가 동반돼야 하는데요.
“그만큼 재밌다는 거지”, “그만큼 어렵다는 거지”, “그만큼 좋다는 거지”라는 배려의 말이 덧붙여지며 ‘무야호’의 뜻은 완성됩니다. ‘무야호’의 뜻이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라고 정의하는 이유도 이와 같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한 사람이 ‘무야호’를 외치면, 그 상황을 파악하고 도와주는 “그만큼 ~~거지” 댓글이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순서인데요. 뻘쭘하거나 어색한 상황도, 같이 즐기고 싶은 재미있는 상황도 ‘무야호’만 외치면, 어디선가 나타난 “그만큼~”의 수많은 도움이 쏟아지죠.
과거 일반인이 내뱉은 한 감탄사가 유행되리라고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하지만 무한도전이라는 대형 예능을 추억하며, 즐기는 팬들 사이에선 ‘유행어 부활’은 익숙한 일입니다.
일명 ‘없는 게 없는 무도짤’이라죠. 시대를 꼬집으면서도 화면 속 상황을 정리한 무한도전 자막은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 자막이 종영이 한참 지난 오늘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예언서 수준이라는 ‘학교폭력 짤’이 화제가 됐죠. 스포츠계 연예계를 중심으로 대두된 학폭. 아이돌이나 많은 인원이 필요로 하는 운동 종목과 같은 경우에 쓰이는데요. “빠졌으면 좋겠다”, “멤버 잘못 만나서 엄청 고생하네”, “우리 팀에서 한 명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멤버를 바꾸면 되잖아” 등 현 상황을 팩폭한 뼈 때리는 자막이 이어집니다.
‘코로나 시대 짤’도 소름 끼칠 정도입니다. 거리두기를 예측한 듯한 “여러분 제발 집으로 돌아가세요”, “밤 9시에 무슨 외식을 해”, “우리 인생은 바이러스가 너무 많아” 등 무한도전은 이미 미래를 여러 번 오갔다는 말이 들리는 이유죠.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데… 인기 예능의 생명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아직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제2, 제3의 ‘무야호’는 폴더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겠죠. 또다시 우리를 즐겁게 만들 그 유행어도 “그만큼~”같은 덧붙임이 함께하는 다정한 배려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