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금융의 파격…금감원 징계 땐 임원진 성과급 지급 안해

입력 2021-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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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위원회에 성과급 지급 유예조항 신설…내부통제 책임 강화

KB금융지주가 금융감독기관의 제재심의절차가 진행될 경우 경영진의 성과급 지급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경영상 비리와 부실 감독 문제 등으로 금감원이 제재에 착수한 경우 회사 차원에서 먼저 보상을 유예하는 파격적인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KB금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이사회 내 논의를 거쳐 보상체계와 관련해 성과급 지급 유예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기관의 제재심의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이사회 산하 평가보상위원회가 관련 경영진의 성과급 지급의 유예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성과급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성과급 유예 규정은 임원을 포함한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KB금융은 금감원의 제재절차나 징계와는 별개로 경영진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정보 유출로 징계를 받았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2016년에도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내분을 일으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에게도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성과급 지급 유예조항을 신설하면서 KB금융의 경영진은 이전과 달리 금융당국의 제재절차를 할 동안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

전적으로 성과급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지만, 사외이사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성과급 지급의 유예를 결정하는 만큼 내부통제를 실패한 경영진에게 묻지마식 성과급 지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금융의 평가보상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러한 내규 마련은 경영진에게 내부통제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라는 요청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KB금융의 내부통제 및 정도 경영의 강화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이 이처럼 성과급 지급 유예조항을 신설한 배경으로는 최근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지주사의 내부통제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KB금융은 이번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만, 이 사태로 인해 금융지주사와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서 이러한 내규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내규 마련에도 경영 감독 및 성과급 지급을 완전히 막진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보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성과급이 지급된 만큼 완전 금지가 아닌 이상 금융당국의 제재에 따른 사회적 비난에도 ‘제식구 챙기기’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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