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과 불쾌함은 한 끗 차이다. 개그맨 박나래가 다시 비호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웹 예능 ‘헤이나래’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한 탓이다.
23일 공개된 ‘헤이나래’ 2회가 발단이 됐다. ‘헤이나래’는 CJ ENM의 디지털 예능 스튜디오 와플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박나래와 키즈 유튜버 헤이지니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19금 입담을 선보이는 박나래와 동심을 지켜야 하는 헤이지니의 호흡이 영상의 재미 포인트다.
문제의 영상에서 박나래는 ‘암스트롱맨’이라는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힌 뒤 인형의 팔을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가 성기 모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이러고 있어야지’, ‘(어디까지 늘어나지?)’ 등의 자막이 삽입됐다.
이전 영상도 논란이다. ‘헤이나래’ 0회에서 박나래는 “바지 속의 고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헤이지니가 “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박나래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당근을 흔들며 구조 요청을 하라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박나래는 “당근을 왜 흔들어?”라고 말하며 다리 사이에서 손을 흔들었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신음소리를 집어넣었다. 네티즌들은 박나래의 행동이 남성들의 자위 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헤이나래’ 제작진은 24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2회 영상과 관련해 구독자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나래의 사과는 하루가 지나서야 전해졌다. 박나래의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는 25일 “제작진으로부터 기획 의도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소품들을 전해 들었을 때 본인 선에서 어느 정도 걸러져야 했고,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헤이나래’에서 하차하기로 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제작진과 소속사의 사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제작진, 소속사, 헤이지니가 사과하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박나래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는 것이다.
2006년 데뷔한 박나래는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2015년 ‘코미디 빅리그’에서 ‘인간 복사기’ 패러디를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과감한 분장 개그와 아슬아슬한 19금 개그를 선보여 ‘비호감 캐릭터’로 분류됐지만,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재치있는 입담을 뽐내며 지금은 최고의 여성 방송인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부터 개그맨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상위권을 항상 유지했고,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늘 박나래의 개그에는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라왔다. 결국 수위 조절에 실패한 박나래는 자신의 19금 애드리브에 발목을 잡혔다. 그의 대표작인 MBC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까지 등장하며 다시 비호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