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I, 코백스 계약량의 80% 차지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은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가 백신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수출 중단 조치가 두 세달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 당국 자료에 따르면 18일 이후 백신 수출 기록이 없다.
당장 저소득 국가의 백신 공급에 타격이 클 전망이다.
SII는 올해와 내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억5000만 회분을 공동구매·배분 기구 코백스(COVAX)에 납품하기로 한 상태다. 3월 초 기준 코백스 전체 계약량의 80%가 SII 생산 백신이었다. 코백스는 이를 바탕으로 3∼5월 총 2억3700만 회분의 백신을 배포할 계획인데, 인도의 수출 중단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는 성명을 통해 “해당 조치는 코백스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백스에 참여한 저소득 국가로의 백신 인도가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6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 공급했던 SII가 수출을 돌연 중단한 데는 자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심상치 않아서다.
인도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확진자 수는 올해 들어 1만~2만 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다시 급증하더니 26일 5만9118명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되면서 2차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도는 백신 접종 연령 확대에 나섰다. 내달 1일 접종 대상을 45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백신 확보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EU)도 물량 부족을 이유로 백신 수출 승인 규정을 강화했다. EU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으로 역내 우선 공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백신 수출 금지 움직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우리가 백신 전쟁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결국 모두 지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