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컨테이너 하역 플랜C 가동할 수도
국제유가 급등·차량 부품 조달 문제까지 첩첩산중
미국·일본·터키 등 세계 각국 지원 인력 급파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 관리청장은 운하를 가로막은 22만 톤급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구출 작업이 수일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컨테이너 하역작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비 청장은 “전날 선박을 끌기 위한 예인선을 투입해 약간의 희망이 있었지만, 낮은 조수가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적어도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빼내는 ‘플랜C’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현재 수에즈운하에는 구조 전문가들이 투입돼 예인선을 배치하는 등 에버기븐호를 빼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해당 선박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만큼 작업은 쉽지 않다. 수에즈운하의 운송 대리인인 레스에이전시 측은 이날 저녁 배 구조 작업을 펼쳤지만,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수에즈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최단 경로로, 현재 전 세계 해상 무역의 12%가 수에즈운하를 지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일부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 경로로 우회하고 있고, 이미 수에즈운하 근처에 다다른 선박들은 모기업으로부터 화물을 인근 항구에 하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현재 운하 근처에서 경로를 바꾸지 못하고 머무는 선박만 200척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2위 해운 그룹인 MSC는 이날 “앞으로 몇 달 동안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며 고객사에 피해를 감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장 조사를 위해 전문가팀을 꾸려 파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일련의 노력에 도움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과 네덜란드 선박 업체들은 이미 현장에서 선박 구조에 동참하고 있고, 수에즈운하가 있는 이집트와 관계가 좋지 않은 터키 정부도 예인선을 급파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다만 FT는 “미국이 현재 이집트에 머무는 국제 인양 업체들과 함께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 하역할 컨테이너는 화물로 가득 차 있다면 무게가 최대 30톤에 달하며, 사고 지역도 항구가 있는 시설과 먼 거리에 있다”며 플랜C 시행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