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ㆍ연구직, 별도 노조 설립 논의 시작…"생산직이 교섭 주도하며 사무직 권익 뒷전으로 밀려"
현대자동차그룹에 사무직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사 교섭이 생산직 중심으로 진행되며 쌓인 사무직의 불만이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사무직ㆍ연구직 노조 설립에 공감하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텔레그램,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를 통해 노조 설립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논의에 참여한 인원만 해도 약 2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그룹의 노사 교섭이 생산직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금 교섭이나 복지, 성과급 산정에서 사무직의 권익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했고 성과급 150%, 코로나19 격려금 120만 원 지급에 합의했다. 전년도의 기본급 4만 원 인상, 성과급 150% 및 300만 원 지급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무직원들은 생산직이 다수인 노조가 교섭에서 정년 연장 효과가 있는 시니어 촉탁직 도입 확대를 위해 임금을 동결했다고 지적한다. 평균 연령이 50세에 달하는 생산직 입장에서는 당장 임금 인상보다 정년 연장이 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시니어 촉탁직은 정년퇴직자를 다시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회사 차원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투입할 수 있고, 퇴직자에게는 정년 연장 효과가 있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도한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급 문제에 관한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당시 정 회장은 "기존에 했던 보상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의 눈높이를 쫓아가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됐다"며 "올해 안에 성과와 보상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소속 한 직원은 “몇 년 전부터 다른 대기업이나 IT 회사보다 임금은 낮아진 상태인데 인상도 되지 않으며 불만이 쌓여온 상태다. 아마도 그룹 계열사 전체 사무직원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내부적으로 노조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라면서도" 누군가 총대를 메는 사람이 나와야 실제 설립으로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무직 노조 설립이 현실화하면 현대차그룹 최초로 복수노조가 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