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는 그린실 이어 2연타에 IB 사업부문 타격
두 회사 주가 모두 급락
월가를 주름잡는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와 노무라가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지난주 월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규모 블록딜의 여파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S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가 지난주 마진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1분기 실적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손실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블록딜 사태가 있기 전 CS의 올해 1월과 2월 세전 이익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상태였으며 IB 사업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상태였다. 특히 CS로서는 이번 블록딜 사태가 더 뼈아프다. 이달 초 영국 그린실캐피탈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잠재적 손실에 직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CS는 그린실에 1억4000만 달러 대출을 제공했는데, 현재까지 5000만 달러어치 정도만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노무라홀딩스는 미국 현지 고객과의 거래에서 26일 시장가격 기준으로 약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며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공개했다. 이 여파에 노무라는 예정됐던 3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 매각을 연기했다. 자칫 은행 자기자본비율 등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11%, 14% 넘게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IB의 대규모 손실이 지난주 시장을 뒤집어 놓은 블록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창구를 통해 중국 기술주와 미디어주 위주로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블록딜 물량이 장 시작 전은 물론 장중에도 쏟아졌다. 이 여파에 블록딜 대상 기업의 시가총액 350억 달러가 증발했다.
블록딜이란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도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지분을 넘기는 거래를 말한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장중에 진행되는 블록딜은 거의 없다.
외신들은 이번 블록딜 사태의 배후에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캐피탈매니지먼트를 지목하고 있다. 아케고스가 대규모 손실에 따른 마진콜로 인해 반대 매매를 당해 대규모 블록딜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아케고스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술주가 하락하자 IB들은 마진콜을 요구했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반대매매, 즉 이들 IB로부터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했다는 것이다. 마진콜은 손실 등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질 경우 이를 보충하라는 요구를 뜻한다. 통상 반대매매되는 주식의 매각 대금은 당초 빌려준 금액보다 낮기 때문에 IB로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