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 대해부]①땅투기 독버섯 키운 그들만의 '밀실보안'

입력 2021-03-31 05:00수정 2021-03-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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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밀·엄벌주의' 번번히 뚫려
입지 선정방식 투명하게 개편해야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과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을 두고 신도시 개발 방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보안을 강조하는 '비밀주의'식 개발이 오히려 투기꾼들만 누릴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택지 후보지를 미리 공개한 뒤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신도시 입지 선정 과정은 법적으로 '철통 보안'을 보장한다. 공공주택특별법은 공공택지 조성과 관련된 기관 종사자가 주민 의견 청취 전까지 택지에 관한 정보를 누설하는 것을 금지한다. 중앙정부가 입지를 발표하기 전까지 '함구령'을 내리는 조항이다. 국토교통부도 이 법에 따라 신도시 관련 논의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보안 서약서를 받는다. 보안 조치를 위반하면 공공주택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신도시 조성 정보가 유출되면 예정지가 투기꾼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깜짝 충격요법으로 상승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욕심도 정부가 신도시 입지와 규모에 대해 함구하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신도시 예정지를 중앙정부와 LH가 주도해서 결정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3기 신도시 중 건설업계(평촌ㆍ산본)와 지방자치단체(판교)가 사업을 시작했던 일부를 빼면 대부분 입지를 정부와 LH가 낙점했다.

세상에 완벽한 보안은 없다. 신도시 건설엔 정부와 LH뿐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T 등 수많은 관계 기관들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쳐 신도시가 조성될 때마다 개발 계획 유출 정보가 되풀이되는 건 이런 구조적 취약점 탓이다.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도 고양 창릉신도시와 과천신도시 조성 계획 일부가 각각 LH와 국회를 통해 유출된 바 있다.

그때마다 정부는 보안 조치와 누설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겠다며 '비밀주의'와 '엄벌주의'를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에선 이 같은 기조가 정보의 비대칭성(정보가 한쪽에만 있고 다른 쪽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확대해 정보력 밝은 투기꾼들의 이익만 키워준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조성 때마다 반복되는 투기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선 신도시 입지 선정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도시 후보지 발표를 전후해 특정 지구만 사후 관리할 게 아니라 잠재적 개발 예정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 예정지 윤곽이 드러날 수 있지만 투명한 관리를 통해 투기성 거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밀주의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전제 조건은 비밀이 완벽하게 지켜진다는 것인데, 이번 일로 그게 안 된다는 게 드러났다"며 "신도시 선정 과정의 비밀주의를 공개주의로 전환해 정보의 비대칭성도 줄이고 투기 차익도 없애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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