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암보험 제재, 안건 소위 이례적으로 3차까지 예고
금융위, 4개월간 재검토…소비자 보호에 힘 실을 듯
금융위원회가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혐의를 받는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정례회의 이전 절차인 안건 소위도 이례적으로 3차까지 개최한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징계에 대한 태도가 보다 신중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징계 확정을 위한 2차 금융위 안건 소위가 지난 26일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차 안건 소위에선 금감원의 주장을 주로 들었다. 2차에서는 삼성생명의 변론을 들었으며, 삼성생명 주장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에서는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한 암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부당하게 대주주를 지원했다고 판단해 ‘기관경고’ 제재안을 의결했다.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 명령, 기관경고, 기관 주의 등 다섯 단계로 나뉘며, 통상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기관경고, 기관 주의 등 금융사 제재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주의 등 금융사 임직원 제재는 금감원장 전결사항이다. 다만 과징금, 과태료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제재안은 금융위 안건 소위를 거쳐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확정된다.
삼성생명의 제재가 4개월째 확정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것은 금융위원회 안건 소위가 이번 제재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재 확정이 답보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금융위에서 삼성생명의 징계 수준을 금감원의 요청보다 한 단계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금감원이 올린 제재안을 금융위가 경감해주는 식이지만, 금융위 내에서 징계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의 삼성생명에 대해 과도한 징계를 내렸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금융위가 금감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안건 소위는 삼성생명 제재를 놓고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다만, 과태료를 경감시키기 위함인지 가중시키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금감원의 징계안이 금융위 안건 소위와 정례회의를 거쳐 통상 1개월 내 확정돼 삼성생명의 사례가 상례에선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보다 한 달 앞서 지난해 11월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한화생명의 경우도 안건 소위가 두 차례 열린 뒤 징계가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안건 소위가 3차까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중징계 조치가 이어지자, 금감원 제재심과 함께 금융위 안건 소위도 몇 차례 개최하며 신중한 결정을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펀드 중징계 관련 안건 소위도 3차까지 열린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안건소위가 3차까지 간 것은 금융당국 역시 고민이 많다는 의미라고 보여진다”라며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는데도 금융위가 장고에 들어간 것은 최근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한 상황에서 금감원의 제재안을 쉽게 꺾진 않을 것이란 의미라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환매 연기로 논란이 된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징계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기류가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제재 결정이 미뤄지면서 삼성생명 신사업 진출도 함께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기관경고 제재가 확정될 경우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금융위는 최근 대주주 결격 사유가 있는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를 보류했으며, 삼성생명의 관련 사업 확대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또, 삼성생명은 금융위의 결정에 따른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