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개 컨테이너 운반 가능
악천후에 화물 유실되는 사고도 더 잦아져
보험회사 알리안츠글로벌코퍼레이트앤스페셜티(AGCS)에 따르면 지금까지 선박 규모는 빠르게 커져왔다. 지난 50년간 초대형 선박의 수용능력은 1500% 증가했다. 특히 10년 만에 두 배로 늘어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에 수에즈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도 상위 1%에 속하는 초대형 선박이다. 길이 400m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443m)에 맞먹고 2만 개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선박은 이보다 많은 2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너비만 61m에 달해 미식축구 경기장보다 넓다.
이에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평균 수용능력도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S&P글로벌 산하 무역정보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2015년 9만3500t이던 선박의 평균 수용능력은 지난해 11만9000t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선박 크기가 클수록 운하를 통과할 때 위험이 커진다는 데 있다. 앤드루 킨세이 AGCS 컨설턴트는 “수에즈운하가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어도 위기 발생시 선박이 클수록 허용오차가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라훌 칸나 AGCS 컨설턴트도 “선박 크기가 클수록 구조 작업이 어렵다”면서 “그동안 구조업계는 업무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선박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고 경고해왔다”고 지적했다.
구조 작업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 과정에서 사고 발생도 잦다. 선박에 컨테이너가 높게 쌓여있을수록 강풍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판지바 조사 결과 최소 5대의 초대형 선박이 최근 태평양에서 발달한 겨울폭풍으로 컨테이너를 분실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국적 선박회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의 ‘원 에이퍼스호’가 항해 중 악천후를 만나 1800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바다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초에는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라인의 ‘에센호’와 ‘아인트호벤호’가 각각 750개와 325개의 컨테이너를 유실했다.
이 같은 피해에도 해운업계는 더 규모가 큰 선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컨테이너 정기선 업체 하팔로이드의 대변인 팀 사이페르트는 “운하는 대형 선박에 맞게 설계됐다”면서 “매년 1만9000대, 하루 50대 가량의 선박이 운하를 통행한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사고는 연간 8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대한 선박의 경우 운항 과정에 난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선박과 운하 둑 사이 거리가 좁아 물이 선박 주위로 흐르면서 순간적으로 조종장치를 놓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