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민심 달래기, 만시지탄이다

입력 2021-04-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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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이 삼킨 선거판이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계속된 네거티브 공세에 공약은 없고 페레가모와 생태탕으로 뒤범벅이 됐다. 하지만 생태탕이 선거판을 점령하기 전, 사실 여당과 야당의 화력은 부동산 정책에 집중됐다. 특히 부동산 규제 '묶기'에 여념이 없던 여당은 맘 먹고 '풀기' 전략으로 돌아섰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는 활성화로 바꾸고, 박원순표 정책인 '35층 룰' 폐지도 내걸었다. 생애 첫 집 장만에 나선 이들을 위해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도 던졌다.

하지만 이들 공약이 한 표를 얻으려는 절박함이 낳은 즉흥적 대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4년 동안 무려 25번의 대책을 쏟아낸 정부다. 집권 초 6억 원을 갓 넘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젠 11억 원에 육박한다. 시장 안정이라는 선한 의도의 대책이었겠지만 실기(失期)와 완급 조절 실패에 집값은 폭등했다.

여당은 주거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몸을 한껏 낮췄지만 부동산 민심은 이미 저 밑바닥에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그간 쏟아낸 규제에 새로운 완화책이 뒤섞이면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누덕누덕 기운 헌 옷처럼 될 게 뻔하다.

점입가경인 건 여당과 청와대의 불협화음이다. 여당이 규제 풀기로 몸을 낮추는 사이 청와대는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높인 측면이 있다고 엇박자를 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백미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외치던 자들이 뒤에선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직전 전월세 값을 인상한 대목이다. 박주민 의원은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이었던 아파트 임대계약을 보증금 1억 원, 월세 185만 원에 새로 체결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법 시행 직전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 올려 갱신했다. 특히나 박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대표발의자다. 어디까지나 반칙이다.

이 정부 부동산 정책엔 협의도, 일관성도 없다. 정의는 더더욱 없다. 즉흥적 정책만 앙상하게 남았다. 대선까지 11개월. 정부는 이제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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