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근로자들이 무노조 택한 이유는?

입력 2021-04-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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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폐쇄 등 실직 가능성 우려
노조 설립 후 급여·복지 개선 정도에 의문도
"사측과 문제 해결할 수 있어…왜 노조 회비 내야하나"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에 있는 아마존 창고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노조 결성 찬반 투표 독려 현수막이 보인다. 베서머/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미국 내 첫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직원들의 투표로 무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창고 직원들은 전날 집계가 끝난 소매·도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여부를 묻는 노조 결성 찬반투표에서 찬성 738표 반대 1798표로 노조 결성을 반대하는 쪽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RWDSU에 가입하는 데 찬성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6% 미만에 그쳤다.

아마존 근로자들이 ‘무노조’를 선택한 배경에는 일자리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고 WSJ는 분석했다. 노조 결성 후 해당 시설 폐쇄 등으로 실직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부 근로자는 아마존이 지난해 인근 지역에 문을 열겠다고 발표했던 다른 두 곳 시설에 대한 계획이 취소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만 명을 추가 고용했다.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급여와 복리후생 혜택이 현저하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이번 결과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연방정부보다 두 배 높게 주고 의료보험과 퇴직 혜택도 좋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이런 인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노조가 세워지더라도 여기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직원 중 일부는 제3자의 개입(노조) 없이도 회사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월급 중 일정 부분이 노조 회비로 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노조 설립 반대에 투표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아마존은 완벽하지 않으며, 결함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노조가 없더라도 그것(결함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왜 노조에 돈을 내야하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아마존의 메시지를 더 크게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노동 경제학자인 이완 바란케이는 “처음 (노조 결성)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을 때는 조합의 노력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회사의 메시지(실직 가능성)가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설의 위치가 한몫했다고 본다”며 “앨라배마주에는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고, 이들은 다른 기회를 쉽게 구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RWDSU와 노조 결성을 추진한 측은 이번 투표 과정에서 회사가 거짓말과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이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 추진 측은 아마존의 잘못된 사업·노동 관행과 관련한 문제 제기 활동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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