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자들, 영국 기업 ‘현대판 노예제도’ 악습 근절 나서

입력 2021-04-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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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조 달러 규모 투자 이니셔티브, 강제 노동에 집단 움직임
호텔관광업에서 최근 건설업으로 타깃 확대
영국서 법안 제정 촉구 목소리도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장 건설 현장. 런던/신화뉴시스
ESG 투자자들이 영국 기업계에 존재하는 ‘현대판 노예제도’ 악습 근절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크포스 디스클로저 이니셔티브’는 최근 영국 건설·원자재 부문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공급망에서 현대판 노예제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운용자산이 총 7조5000억 달러(약 8438조 원)에 이르는 대형 투자기관 56곳으로 구성됐으며, 슈뢰더스와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츠,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영국성공회 기금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2019년 ‘찾아서 고치고 지켜라(Find it, Fix it, Prevent it)’라는 캠페인을 출범하고 현재까지 노예제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캠페인 초반에는 호텔·관광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니셔티브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 2500만 명의 근로자가 여전히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니셔티브를 주도한 자산운용사 CCLA의 피터 휴 스미스 대표는 “현대판 노예가 넘쳐나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 캠페인에 포함된 회사들마저 문제를 발견해내지 못하는 것에 놀랐다”며 “이들 기업에 조사 강도를 높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니셔티브는 올해 3분기부터 건설업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평가 기관 노우더체인에 따르면 건설업은 강제 노동 위험이 두 번째로 높은 산업이다.

영국 의회에서도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강도 높은 법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노예반대집행위원회의 새러 손튼 위원장은 “그 어떤 대규모 공급망도 현대판 노예제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기업들은 착취 문제를 뿌리 뽑고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투자자들이 합심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워크포스 디스클로저 이니셔티브는 이달 “141개 글로벌 기업 중 94%가 자발적으로 강제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중 10곳은 자체 공급망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 투자그룹 래스본즈는 현대판 노예 금지법이 2015년 마련돼 연매출 3600만 파운드(약 555억 원) 이상의 기업들에 노예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할 것을 의무화했지만, 지난해 22개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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