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비자기본법 개정 추진...단체소송 사전허가제 폐지
앞으로 소비자의 신체, 재산 등에 대한 권익 침해를 금지·중지할 수 있는 소비자 단체소송을 제기하기가 한층 쉬워진다.
특히 소비자 권익의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단체소송 제기가 가능해지는데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다음달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단체소송은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 관련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지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로, 공정위에 등록된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경제단체(전경련·대한상의·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피해 예방 차원에서 하는 소송으로, 사후에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는 2006년 도입됐지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소송 제기 실적은 8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개정안은 소송을 낼 수 있는 단체에 소비자단체의 협의체를 추가했다. 현재 협의체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1개뿐이다. 그러나 향후 공정위가 소송을 낼 수 있는 단체로 지정해 고시하는 절차를 거치면 다른 협의체도 소송 활동을 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소비자 단체소송을 내려면 사전에 법원으로부터 소송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전허가 절차 규정을 삭제했다. 이 규정은 단체소송 절차가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이 걸리는 등 소송을 지연하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특히 개정안에는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권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된 때뿐 아니라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외에 소비자 피해 분쟁조정·소송 등을 지원하는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의 설치·예산 지원 근거와 소비자피해 발생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실태조사 시행 및 공표 근거도 신설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을 설치하고,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를 합리화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다양한 소비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공정위의 소비자기본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체소송 제기 가능 협의체가 더 늘어나고, 여기에 명확하지 않은 권익 침해 예상만으로도 소송 제기가 가능해지면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공정경제 3법 개정에 이어 또다시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